“예능 출연 사양하고 커피까지 끊었다”…최경주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비결
뚜렷한 목표 설정‥막내 강준과 투어 함께 활동
한국골프 버팀목‥주니어 육성 등 찐 후배사랑
수 년전 최경주(54·SK텔레콤)가 ‘국내 방송사로부터 예능 고정 출연 제의가 오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고 기자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기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경주라는 이름만으로 한국 골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너마저’가 아닌 ‘너만큼’이라는 일종의 최후 보루 심리가 발동돼 주제 넘은 조언을 했던 것 같다.
최경주의 일거수일투족과 발언 하나하나는 그 자체가 한국 골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말보다 항상 행동이 앞섰다.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마치 보고하는 형식이다.
그런 그가 또 발언대에 섰다. 이슈가 있었다. 지난 7월 한국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PGA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 우승을 국내 언론에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투어 최고령 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2개월여 만에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셈이다.
그렇다는 건 그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00년에 PGA투어에 진출한 최경주는 통산 8승을 거둔 뒤 2020년 부터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며 2승을 올리고 있다. 최경주가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 통틀어 24년간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 중 메이저대회는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이 유일하다.
당연히 기념비적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인터뷰 키워드는 언제나 그랬듯이 감사, 가족, 자기관리, 그리고 후배 사랑(후진 양성)이다. 지난 13일 국내 언론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 루틴은 유지됐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그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결과물을 내놓기까지는 철저한 자기 절제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젊은 시절 그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의 두주불사형이었다. 그랬던 그가 음주를 점차 줄이더니 최근에는 좋아하던 와인마저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내친 김에 탄산 음료에다 커피마저 아예 끊었다.
5년 전 갑상샘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너무 몸 관리를 안하고 까불며 산 결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라며 “술은 말할 것도 없고 탄산 음료, 그리고 최근에는 커피도 입에 대지 않는다. 한 마디로 몸에 해로운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일 푸시업, 스쾃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고 했다.
막내 아들 강준군의 존재도 자신을 독려하는 힘의 원천이다. 미국의 명문 듀크대 3학년에 재학중인 강준군은 아버지의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 우승 하루 전날 콜 코튼 스테이츠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최경주는 “사실 투어를 뛰느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미안하다. 아들이 이 정도까지 성장한 것은 다 아내(김현정씨) 덕”이라며 “‘나는 프로가 되기 전까지 언더파도 못 쳤는데 너는 정말 대단하다’는 식으로 강준이를 격려한다. 기술적으로는 퍼트도 중요하지만 버디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언샷을 잘 쳐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최경주가 그리는 빅피쳐는 막내 아들과 함께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는 “아들과 같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나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래서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아들이 성장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좋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아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경주는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 우승 보너스로 내년 디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최경주의 디오픈 개인 최고 성적은 2007년 대회 8위다. 작년 대회서 김주형(22·나이키)이 공동 2위에 입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그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아이언샷만 수반 된다면 해볼만하다고 했다. 최경주는 “내가 사는 댈러스는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아이언샷으로 바람을 이기는 연습을 많이 했다”면서 “지난달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도 아이언샷 연습을 많이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내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준비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어쩌면 최경주는 2009년 디오픈을 소환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당시 대회 때 만 59세의 톰 왓슨(미국)이 골프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뻔 했다. 왓슨은 마지막날 선두로 출발, 17번 홀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해 스튜어트 싱크(미국)와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최경주는 시니어 브리티시 오픈 이후 눈코 뜰새 없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챔피언스투어 보잉 클래식을 마치자마자 시애틀로 날라가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시애틀 대회를 참관하고 왔다. 이 대회는 SK텔레콤 후원, 최경주재단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다.
인터뷰의 마지막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후배들 얘기였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김주형과 안병훈(32·CJ)의 노고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그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남자 골프팀 감독을 역임한 바 있어 선수들이 감내 했어야할 심적 부담을 누구보다도 더 잘안다.
최경주는 “3위 안에 들어야 메달을 따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김주형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간절함이 있더라”면서 “같이 출전한 안병훈도 정말 수고 많았다.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메달을 꼭 획득할 것으로 100% 믿는다”고 격려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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