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0억원’ 스페이스X 민간우주비행…“중국계 암호화폐 거물 주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민간인들을 우주비행 캡슐에 태우고 지구 극지방 상공을 비행하는 임무를 시도한다. 이번 비행은 특히 중국계 암호화폐 거물이 거액을 지불하고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13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 회사는 우주캡슐 ‘드래건’의 6번째 상업용 우주비행 프로젝트로 ‘프램(Fram)2’라고 명명된 임무를 이르면 올해 말에 시도할 계획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극지방 상공의 극궤도(polar orbit)를 비행하며 지구를 탐사하는 임무는 이번이 최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3∼5일간의 비행 동안 이들은 고도 425∼450㎞ 상공에서 우주 캡슐 지붕의 창을 통해 지구의 극지방을 관측하고 오로라와 유사한 빛 방출 현상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임무는 몰타 출신의 기업가이자 모험가인 춘왕이 사령관 역할을 맡고, 각각 노르웨이·호주·독일 출신인 민간인 3명이 함께 탑승한다고 스페이스X는 밝혔다.
스페이스X는 상업용 민간인 비행 탑승권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NASA는 이전에 드래건 캡슐에 우주비행사를 태우는 데 좌석당 약 5500만 달러(약 750억원)를 지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기준으로 4명의 탑승권 가격을 계산하면 2억 달러(약 2729억원)가 훌쩍 넘는 금액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스페이스X의 이번 상업용 비행을 주도하는 춘왕은 중국 톈진에서 태어나 지난해에 몰타 시민권을 얻은 암호화폐 투자자로, 그가 비용을 부담해 북극 전문가 3명을 이번 비행에 초대했다고 이날 전했다.
링크트인 게시물에 따르면 왕은 2년 동안 비트코인 7700개(현재 약 6140억원 상당)를 채굴했으며, 자신이 암호화폐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자칭 탈중앙화 집단 F2풀(F2Pool)의 공동 설립자라고 밝혔다고 CNBC는 전했다.
이 단체는 지난 11년 동안 130만여개의 비트코인(현재 기준 약 103조7000억원 상당)을 채굴했다고 밝혔다. 왕은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임무에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왕은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고, 처음으로 민간인이 자신만의 매우 개인적인 임무를 계획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왕은 현재 거주 중인 북극 인근 노르웨이 군도 스발바르에서 이번 비행에 함께할 동료들을 만났다면서 지난 몇 년간 100여개국을 방문한 자신을 ‘유목민’이라고 소개했다.
왕의 이웃이자 노르웨이의 영화 제작자인 야니케 미켈센(38)은 왕에게서 이번 비행에 초대하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켈센은 이번 비행 과정을 모두 촬영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을 넘어 (관객이) 마치 드래건에 탑승한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호를 더 넓히고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 미션을 가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은 2020년 처음으로 유인 시험비행에 성공한 이후 총 13번의 유인 우주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여기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의뢰한 9차례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송 임무와 4차례의 상업용 민간인 비행이 포함된다.
이에 더해 스페이스X는 이르면 오는 26일 최초의 민간인 우주 유영(spacewalk)을 시도하는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임무를 위해 드래건 캡슐을 발사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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