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이치 주식 최다 수익자, 윤 대통령 고액 후원했다

이정환 2024. 8. 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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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4357만원 수익 추정, 권오수 회장과 사업 파트너... 경제적 수익 패턴, 김건희 여사와 유사

[이정환, 이주연 기자]

 도이치모터스
ⓒ 연합뉴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종합의견서에서 가장 많은 매매차익을 얻은 인물로 지목했던 A씨가 대통령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후보에게 고액 후원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A씨가 운영하는 사업체 법인등기부와 2022년 5월 공개된 윤 대통령 고액후원자 명단을 비교·확인한 결과다. 당시 <뉴스타파>가 공개한 후원자 명단에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를 도운 김아무개씨, 김씨의 동업자 등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A씨의 후원금은 개인 후원 최고 한도액 1000만 원이었다.

2022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은 한국거래소 이상거래심리분석 결과를 근거로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투자자 6명의 매매 차익을 의견서에 적시했다. 이들 6명 중 심리대상기간(2009년 4월 1일 ∼ 2011년 12월 30일)에 가장 많이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 인물이 A씨였다. A씨의 매매차익 추정액은 25억 4357만 9830원으로 김건희 여사 모녀의 매매 차익 추정액 합계 22억 9137만 7285원(김건희 13억 9002만8090원, 최은순 9억 134만 9195원)보다도 많았다.
 <오마이뉴스>가 사업체 법인등기부(위)와 2022년 5월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 고액후원자 명단(아래)을 비교·확인한 결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종합의견서에 가장 많은 매매차익을 얻은 인물로 지목했던 A씨가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에게 고액 후원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이정환
도이치모터스 주식 투자에 대해 A씨는 사건 1심 공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손실이 많이 났지만, 성장동력이 뛰어난 회사라고 판단했다"면서 "권 회장 지시에 따르거나 한 것이 아니라 자본적 이득을 얻기 위해 내 판단에 따라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A씨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A씨는 단순한 투자자는 아니었다. 권오수 회장을 통해 1차 주포 이○○씨에게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대여한 사실, 권 회장 그리고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같은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며 친분을 나눴던 사실 등이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블랙펄인베스트는 1심 재판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했던 곳이다. 2011년 도이치모터스 인수에 나섰던 세계적인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을 권 회장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A씨였다는 사실도 공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관련기사] 김건희 여사, '김명신'때부터 도이치 주식 보유했다(https://omn.kr/29lsy)

뿐만 아니라 A씨는 김 여사처럼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갖고 있었고, 유상증자(회사 발행 신주를 기존 주주나 제3자가 사는 것)에 참여했으며, 신주인수권을 대량 매입·매도했을 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가 설립한 자동차 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A씨는 권 회장과 담보 없이 상호 간에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파트너 관계이기도 했다(아래 설명1 참조). 이 과정은 김 여사와 권 회장 사이에 있었던 일련의 사실 관계들과 매우 흡사하다(아래 설명2 참조).

A씨는 김 여사처럼 권 회장과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이른바 '이너써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고액 후원 이유 등을 묻기 위해 A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 사무실을 통해 여러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설명①] 133호 보고서 "필요에 따라 서로 몇 억씩 주고받아"
 2012년 8월 30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서면문답서 중 일부. 당시 금융감독원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불공정 거래 여부와 관련하여 김건희 여사와 권 회장 사이의 금전 거래 내역 그리고 A씨와 권 회장 관계 등에 대해 조사했다.
ⓒ 금융감독원
권 회장과 A씨는 고려대학교 MBA(전문경영학 석사 학위 취득 과정) 동문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사업 자금 파트너이기도 했다. A씨는 "(돈을 빌려주며) 담보를 설정한 적이 없다"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1심 공판 과정에서 밝혔고, 권 회장은 A씨를 두고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2022년 9월 16일 공판 당시 A씨 신문 내용이다.
검찰 : (자금거래 내역을 제시하며) "2010년∼2016년 정리자료다. 권 회장에게 주로 빌려준 것 같은데 이유는?"
A씨 : "그때 현금이 많았고 권오수가 회사 경영하면서 자금 필요하다고 했다. (담보 설정 여부를 묻자) 설정한 적 없다. (무담보였냐는 확인 질문에) 그렇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권오수 전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9
ⓒ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가 담겨 있는 금융감독원의 이른바 '사건번호 133호 보고서'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문답이 있다. 다음은 2012년 8월 30일 권 회장 문답서 중 일부다.

조사반 : "A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A씨와의 자금 거래에 대해 설명해달라."
권오수 :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고향도 같고 MBA도 같은 학교 나왔고... (중략) 몇 억씩 오고가고 했다. 내가 빌려준 적도 있고 빌려 받은 적도 있고 1, 2억도 있고 5억도 있다. 이해가 안 되겠지만 제가 순간적으로 돈이 막힐 때가 있기 때문에 돈을 수시로 빌렸다가 갚는 여러 사람 중 하나다... (조사반이 다시 묻자) 이해를 못하시겠지만 필요에 따라 서로 몇 억 씩 주고받고 있다."

[설명②-1] 신주인수권 같은 날, 같은 곳에 매도
 김건희 여사와 A씨는 2013년 6월 27일 신주인수권 327만 588개를 타이코2013사모투자전문회사에 매도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A씨가 권 회장과 경제적 이익을 도모했던 정황은 김 여사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김 여사는 2007년 12월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했다. 검찰 의견서에 따르면 A씨도 2009년 10월 29일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또한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두창섬유가 갖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김 여사가 블록딜로 대량매수했던 것(2009년 5월 21일)과 비슷하게, A씨 역시 두창섬유로부터 블록딜로 매수했던 B씨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매입했다. 다음은 검찰의견서 해당 내용이다.

"(주)두창섬유로부터 '09. 09. 07 30만 주를 1,060,800,000원에 블록딜로 매수한 B는 '11. 02. 22 A에게 직전가 대비 950원 낮은 가격에 20만 주를 블록딜로 매도(1,082,000,000원)하였음. A는 동사 대표이사 권오수와 입출금 거래가 확인된 자임." (2022년 12월 30일, 서울중앙지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종합의견서)

이들 두 사람 사이에는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장외매도를 통해 취득해 같은 날, 같은 곳에 매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12년 11월 13일에 51만 464개의 신주인수권을 권 회장으로부터 장외매입했다. 같은 날 허아무개씨와 정아무개씨도 권 회장으로부터 각각 63만 8080개의 신주인수권을 권 회장으로부터 매수했는데, 이들의 신주인수권을 2013년 2월 7일 장외매입한 사람이 A씨다. 또한 A씨는 같은 날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신주인수권 256만 9373개를 한양증권을 통해 장외매입했다. 그리고 김 여사와 A씨는 2013년 6월 27일 신주인수권 327만 588개를 타이코2013사모투자전문회사에 매도했다.

[설명②-2]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 참여
 김건희 여사와 A씨는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A씨(적색 테두리선)는 2014년 12월 31일 기준 290만 주(지분율 5%), 김건희 여사는 40만 주(지분율 0.69%)를 각각 갖고 있었다. 도이치파이낸셜 감사보고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김 여사와 A씨는 도이치모터스가 설립한 자동차 할부금융사 도이치파이낸셜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김 여사는 2013년 7월 권 회장으로부터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 주를 매입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확인한 결과 A씨는 2013년 11월 11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2014년 12월 기준 도이치파이낸셜 결산자료에 따르면 A씨는 290만 주(지분율 5%), 김 여사는 40만 주(지분율 0.69%)를 각각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건희 여사가 6월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 참전영웅 초청 위로연'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여사의 경우 보통주를 액면가(주당 500원)에 매입했다는 점 때문에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2023년 3월 "정상 가격에 이뤄진 매매"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2013년 7월 김 여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를 액면가에 인수했고, 다른 참여자들도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 여사와 권 회장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 정황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검찰이 사실상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1심 공판 과정(2022년 11월 4일)에서 재판부는 "도이치파이낸셜 만든 것이 호재가 돼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량이 늘고 상승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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