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축구 천재’ 서재민 “韓 1등 미드필더 되고 싶다…김도균 감독께 감사” [IS 인터뷰]

김희웅 2024. 8. 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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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차범근 축구상 대상을 수상한 서재민. 사진=IS 포토

서재민(20·서울 이랜드)은 10대 때부터 세상에 이름을 알린 ‘천재’다. 초등학생 때 차범근 축구상 대상을 받고 FC서울 유스팀인 오산중에 입학했다.

탄탄대로를 걸었다. 서재민은 오산중 재학 시절 16세 이하(U-16) 대표팀에 월반해 한 살 위 형들과 경쟁했다. 그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하차했다.

오산중에서 오산고로 넘어가는 시점에 무릎이 말썽을 부렸다. 검사 결과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됐고, 결국 봉합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고, 결국 고교 입학 후 9개월을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뛰지 못한 서재민이지만, 2022시즌 FC서울과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K리그1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이때 서울 이랜드가 손을 내밀었고, 서재민의 축구 인생은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서재민. 사진=서울 이랜드

최근 경기 가평군 켄싱턴 리조트에서 본지와 만난 서재민은 “(무릎 수술 당시) 나도, 가족들도 많이 힘들었다. 몸 상태도 많이 안 좋고 9개월 정도 쉬니까 볼을 인사이드로 찼는데, (실제로는) 뒤꿈치에 맞았다”면서도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더 보이는 것도 많아지고, 몸 관리하는 법도 더 알게 됐다. 이런 식으로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고 고난을 돌아봤다.

서울에서의 2년은 서재민에게 알찬 시간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훈련을 진짜 많이 했다. 안익수(안산 그리너스 대표) 감독님이 일부러 훈련도 많이 시켜주시고 도와주셨다. 감독님 훈련이 힘들기로 엄청 유명한데, 1년 반 동안 받으니 적응이 됐다. 이때 컨디션도 올라오고 자신감도 찾았다. 서울에서 못 뛰었지만, 안익수 감독님께 정말 많이 배웠다”고 감사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랜드에서도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서재민의 입지가 바뀐 것은 지난 4월 서울과의 코리아컵 3라운드였다. 당시 중원 한자리를 꿰찬 그는 이랜드 유니폼을 입고 ‘친정’ 서울을 상대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서재민은 이 경기 이후 주전 멤버로 도약해 4월부터 넉 달간 K리그2 17경기에 나서 2골 1도움을 수확했다.

FC서울전에 나선 서재민. 사진=KFA

서울전을 떠올린 서재민은 “(상대가) 2년 동안 함께한 동료들이니까 스타일을 다 알아서 준비할 때 편했다. 친구들도 많이 뛴다고 해서 재밌게 준비했던 것 같다. 긴장을 안 하고 뛰니까 플레이도 잘 됐다. 축구장에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서재민은 이랜드 중원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김도균 감독은 잔여 시즌 키 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서재민 선수가 앞으로 좀 더 발전하면 팀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서재민에게) 올해가 성장할 수 있는 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우리 팀 중원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믿는다”고 칭찬했다.

프로 입성 이래 김도균 감독 밑에서 서서히 빛을 보고 있는 서재민은 “시즌 전만 해도 이렇게 많이 뛰고 발전할 줄 몰랐는데, 김도균 감독님 덕에 경기에 자주 나서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면서 “김도균 감독님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 주신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뛰어야 성장할 수 있는데, 내가 부족함에도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고, 훈련하고 있다”며 진심을 전했다.

최근 골 감각까지 올라온 서재민은 “축구선수는 감독님, 코치진과의 신뢰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엔 신뢰가 없으면 자신감도 떨어지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우리 베스트11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하라’고 말씀을 많이 해 주신다. 그래서 자신감 갖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서재민(가운데)이 상대 선수들과 경합하는 모습. 사진=프로축구연맹

주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인 서재민은 중원에서 전방으로 찌르는 패스가 일품이다. 기술과 움직임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를 롤모델로 꼽은 그는 “이전에는 스타일이 비슷했는데, 지금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저 내 플레이와 커리어를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서재민은 마냥 소극적이진 않다. 마음속에 큰 꿈을 품고 있다. 특히 축구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올 시즌 이랜드의 K리그1 승격을 위해 뛰는 서재민은 “이전에 15연승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깨졌다. 13경기 남았는데, 부산전부터 13연승을 해서 다이렉트 승격을 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실제 이랜드는 지난 10일 안방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이제 12경기가 남았다.

서재민은 인터뷰 말미에 ‘축구선수 서재민의 꿈’을 묻자,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한민국 미드필더 하면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 판단이 빠르고 팀에 필요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평=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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