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란 “휴전하면 보복 막을 수 있다”… 이스라엘 압박

전웅빈 2024. 8. 14.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 전쟁 휴전협정을 이루면 보복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휴전 협정이 이란 공격을 미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 예정된 회담이 중동 확전을 막기 위한 중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 협정만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 이란 고위 관리 3명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예 암살 사건 이후 이란 당국자가 보복을 자제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로이터는 다만 이란의 한 고위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가자 회담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킨다고 판단하면 이란은 헤즈볼라 등 동맹과 함께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측은 협상 진전을 얼마나 기다려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가자 휴전 협상이 더 멀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게 내 예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만약 공격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협상 담당자들이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 휴전 협상 타결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이란 당국자 발언은 양측 사이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긴밀한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로이터는 “하니예 암살 이후 중동 전쟁의 위험이 커졌지만, 이란은 최근 며칠 동안 보복을 조정하는 방법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치열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설명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을 자제해 전면전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싱크탱크 이란연구센터 메이르 리트박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동맹인 하마스를 돕기 전에 자국의 필요를 우선시할 것”이라며 “이란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란 분석가인 사이드 레이라즈도 “이란 지도자들이 전면전을 피하고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가자지구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란은 그동안 휴전 협정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핵심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로이터는 “이란이 오는 15일 휴전 회담 때 자국 대표를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해당 대표자는 회담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측과 외교적 소통 라인을 유지하며 막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보복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이 보복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과도한 요구”라고 거부했다.

하마스 역시 회담에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의 하마스 대표인 아흐마드 압둘 하디가 (15일) 휴전 회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성의 있게 협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하마스 지도자들은 전쟁 내내 이스라엘과 직접 회동한 적이 없고, 대신 카타르와 이집트를 통해 제안을 주고받았다”며 하마스의 회담 불참 결정이 무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에 총액 20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 규모의 무기 공급을 잠정 승인했다.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F-15 전투기 50대와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탱크용 포탄, 고폭탄, 중형 전술 차량 등 2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를 이날 결정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번 무기 판매 계획은 의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