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터리 불신, 한국 진출 준비하는 中지리차 영향 받나

윤준식 2024. 8.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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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 탑재 비중이 적은 완성차 업체는 선제적으로 정보 공개에 나섰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다 보니 비중이 낮은 업체 순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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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 탑재 비중이 적은 완성차 업체는 선제적으로 정보 공개에 나섰다. 이르면 내년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 중국 지리자동차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를 탑재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폴스타는 ‘폴스타4’ 출시 행사에서 중국 CATL 배터리 탑재 사실을 공개하며 수없이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을 자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신차 출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앞서 현대차·기아 등 중국산 배터리 사용 비중이 낮은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나섰다. 수입차에서는 BMW가 가장 먼저 배터리 제품군을 투명하게 알렸다. BMW는 10개 차종 중 2개에 중국 CATL 배터리를 넣고 있으며 나머지는 삼성SDI 배터리를 쓰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다 보니 비중이 낮은 업체 순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실명제가 관행이나 새로운 제도로 자리 잡는다면 완성차 입장에선 중국산 배터리 사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 회의에서 국내 시판 중인 모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정보를 제조사가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때마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중국 자동차 업체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2026년 1분기 자동차 인도를 목표로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차종이나 탑재 배터리는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자동차는 최근 SK온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지리자동차 기술·연구개발 임원진이 SK온의 충남 서산공장을 방문했고, 지난달 29일에는 저장지리홀딩그룹 임원진이 SK 본사 서린사옥을 찾았다. 지리그룹 임원진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등과 모빌리티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진출 시 현지에서 배터리를 어떻게 조달할지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SK온 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선정하는 과정은 공개 입찰과 잠재적인 후보군을 추리는 데에만 수년이 걸린다. 다만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제품 사양이나 가격을 설계할 경우 라인 조정 등을 통해 비교적 단기간에 대응할 수도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나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이 지리자동차의 한국 진출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지리자동차 입장에서도 진출 시기가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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