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못해서 애 안낳나요”…저출생 대안으로 중매 나선 지자체 [세금으로 솔로탈출①]

유민지 2024. 8.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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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안으로 미혼남녀 미팅 주선
커플 매칭 후 금전적 지원하는 곳도
시대착오적 평가 등 청년층 반응 싸늘
경기 성남시는 미혼 청춘남녀 만남 행사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을 지난해부터 총 6회째 개최했다. 성남시

정부 및 지자체들이 미혼남녀 미팅 주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혼인율 급감 및 저출생 대안으로 미혼남녀의 만남을 대안으로 꺼낸 것이다. 청년들은 ‘저출생 원인은 소개팅 부족이 아니다‘ ’시대 역행‘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는 일정부분 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사적영역에 공공의 개입은 적절치 않고 효과도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9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춘남녀들의 만남과 인연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지자체가 주최하는 지역 미혼남녀 미팅이 이목을 끌자 이를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인구위기를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하며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자체도 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미혼 청춘남녀 만남 행사 ‘솔로몬(SOLO MON)의 선택’, 부산 사하구의 ‘미혼 남녀 내·외국인 만남의 날’ 등의 대표적이다.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은 39세 이하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행사로, 지난해부터 총 6회 개최했다. 성남시는 이 행사로 142쌍의 남녀커플이 탄생했고, 최근 한 쌍은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혔다. 사하구는 커플 매칭 후에도 금전적 지원을 이어간다. 커플이 성사되면 50만원, 상견례 시 100만원, 결혼 축하금 명목 2000만원, 전세보증금 3000만원 또는 최대 5년간 월세 80만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반응은 싸늘하다.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개팅 자리 주선은 저출생의 원인도 결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커뮤니티에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 기사가 올라오자 ‘세금이 아깝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엔 “또 삶의 목적이 결혼인 것처럼 만들고 있네” “저기에 쓸 돈으로 일자리나 늘려라” “저출생이면 출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청년들이 만날 남자, 여자가 없어서 결혼 안하는 것처럼 말하네” “만날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 만납니다. 세금 낭비하지 마세요” “생각이란 걸 합시다. 시대 역행하지 말고” 등의 의견이 오갔다.
경기 성남시는 미혼 청춘남녀 만남 행사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을 지난해부터 총 6회째 개최했다. 성남시

실제 2030청년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저출생과 혼인율 급감의 원인을 애써 부정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쿠키뉴스와 만난 정모(31)씨와 박모(34)씨는 국가기관의 1차원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5년차 공무원 정씨는 “저출생 원인이 언제부터 소개팅 부족인가. 아이디어가 너무 공직사회에 30년 정도 있던 사람들한테 나온 거 같다”며 “소개팅 주선이 아니라 젠더교육, 매너교육 등을 시키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적인 영역에 국가의 개입을 불편해하기도 했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정말 혼인건수 감소와 저출생 원인이 만남의 장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건지 묻고싶다. 1차원적인 사고방식이다”라며 “비혼 및 저출생을 선택하기까지 각자의 고민과 사정이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느냐”고 비판했다.

전문가 역시 연애‧결혼‧출산 등 사적인 영역에 공공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애, 결혼, 출산 등은 사적인 영역이고, 민간에서 결혼 중개 회사 등이 이미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이 여기에 개입하게 되면, 지역 공공배달 어플 등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자체별로 수요에 맞춘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바우처 지급 등 선별 지원을 추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자체별로 또 수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진짜 만남의 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바우처 지원 등을 통해 민간으로 유도하는 편이 낫다”며 “굳이 공공이 지나치게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50명 행사에 진짜 필요한 사람이 20명이라면 이 20명에게 바우처를 주는 게 나머지 30명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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