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영애 "강제동원 피해자 보듬어야"…1억 선뜻 내놨다

박현주 2024. 8.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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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피해를 당한 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보살피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안함 희생자, 독립유공자, 6.25 참전 용사 등에 꾸준히 기부를 해온 배우 이영애 씨가 13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1억원을 기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배우 이영애 씨가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에서 열린 tvN 새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뉴시스.


"광복절 앞두고…피해자 보듬어야"


이날 재단에 따르면 이 씨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기부를 결정했다. "나라를 되찾은 날을 생각하며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으로 희생되신 분들에게 써달라"는 취지로 1억원을 기부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이를 보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6·25 참전 용사의 딸'로 잘 알려진 이 씨는 그간 2017년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순직한 군인의 자녀, 2016년 6.25 참전용사 자녀,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부상당한 군인 등을 위해 성금을 기부했다. 지난해 3월에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지원 등을 위해 1억원을 쾌척했다.

배우 이영애 씨가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사진. 이영애 SNS 캡처.


특히 이번에는 '기부가 기부를 부른 격'이었다. 이 씨는 독립 유공자를 돕는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치른 희생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더 빨리 돌봐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강제 동원 한국인 780만명"


그가 언급한 희생은 일제가 태평양 전쟁에 필요한 물자 조달을 위해 수많은 한국인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인권 유린을 뜻한다. 일제는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강제징용의 명분으로 삼았다.

당시 강제 동원된 한국인이 780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조국을 떠나 해외로 끌려간 이도 104만명을 넘어선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남태평양 군도까지, 이들은 일제의 야욕이 닿는 모든 곳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 중 상당수는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린 아들딸을 남겨두고 끌려간 한국의 청년들은 모진 환경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노역에 시달리다 숨지고, 패퇴하는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배우 이영애 씨가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사진. 이 씨가 여러 국기 사이에서 태극기를 펼치며 미소를 띄고 있다. 이영애 SNS 캡처.


어렵게 살아 돌아온 뒤에도 강제노역으로 얻은 몸과 마음의 병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런 고통은 온 가족이 함께 겪곤 한다.


"인간 대접 못 받아"…아물지 않은 상처


이런 상황은 생생한 증언으로도 다수 남아 있다. 강제 노역 피해자인 신영현(98) 할아버지는 2022년 중앙일보에 “내 의지와 관계없이 끌려가 인간 대접도 못 받으면서 일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1943년부터 약 3년간 일본의 탄광과 비행장 건설 현장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신 할아버지는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최종 승소했지만, 일본 기업은 판결 이행을 거부했다. 그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호소한 이유다.

이 씨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고 마음 먹은 것도 광복을 맞은 지 80년 가까이 됐는데도 아물지 않는 이들의 상처 때문이다. 일본은 여전히 식민 지배가 합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강제노역 피해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모두 해소됐다고 주장한다. 그 사이 고령의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대부분 합당한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이와 관련, 이 씨가 1억원을 기부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왔다.

이 씨는 향후에도 계속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재단 측에 전했다고 한다. 그가 낸 1억원은 올해 들어 재단에 들어온 첫 기부이기도 하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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