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평범한 아빠’ 월즈에 열광… 해리스 ‘직감’ 통했다

전웅빈 2024. 8. 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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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하고 있다. 월즈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 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해 처음 썼던 “그들은 이상하다(They're weird)”는 표현은 민주당의 선거 구호가 됐다. AP연합뉴스

‘브래드 피트보다 어린 팀’ 밈 유행
젊은 유권자 호감… 이슈 주목도↑
민주당서 볼 수 없던 서민적 이미지
지지율 상승세… 최고의 한 수 평가

“브래드 피트보다 어리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은 요즘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핫한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 중 하나다. 1963년 12월생인 피트는 월즈 주지사(64년 4월생)보다 4개월 먼저 태어났다.

이 밈은 월즈 주지사가 올 초 미네소타 지역 방송 MPR과의 인터뷰 때 “이 일(정치)을 시작하기 전에는 브래드 피트처럼 생겼다. 지금 내 얼굴을 보라”는 농담을 하면서 탄생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낙점하자 한 네티즌이 해당 밈을 “피트보다 어린 팀”이라는 문장과 함께 다시 올렸고, 이는 1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월즈의 ‘중서부에서 온 평범한 아빠’ 이미지에 젊은 유권자들이 호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선택이 최고의 한 수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월즈 합류 이후 해리스가 전국 단위는 물론 경합주에서까지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자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 J D 밴스 상원의원은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이슈 주목도에서 뒤처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해리스가 러닝메이트를 발표한 직후 실시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월즈와 밴스 지지율은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에 따르면 월즈의 순호감도(호감도-비호감도)는 +11이었지만 밴스는 -9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가 3개 경합주(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월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유권자(열광 21%, 만족 27%)는 48%로, 부정적인 평가(실망 24%, 분노 12%)보다 12% 포인트 많았다. 반면 밴스에 대한 긍정 평가는 44%, 부정 평가는 48%였다.

전문가들은 월즈의 ‘보통 사람’ 이미지가 ‘엘리트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자극하려 했던 트럼프 측 전술을 흔들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월즈는 중서부 출신의 평범한 아빠로 등장했다. 사냥과 낚시를 하고 미식축구를 좋아하며 웃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며 “너무 평범해서 그 평범함이 되레 특별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월즈가 졸고 있는 새끼 돼지를 안고 있는 사진, 지역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법안에 서명하는 사진 등이 퍼지며 그의 서민적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NYT는 ‘시트콤에 나올 만한 온화한 아빠 이미지’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고 진단했다. 그간 민주당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정치 지도자 이미지다.

여기에 월즈가 구사하는 화법이 더해지며 효과가 배가되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월즈의 간판 슬로건이 된 ‘이상하다’ ‘소름끼치다’ 공격이 공화당의 ‘극좌파 미치광이’ 공격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익숙하다고 평가했다. 연설 프롬프트를 사용하지 않고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쉬운 문장으로 연설해온 월즈의 수십 년 경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월즈는 최근 유세에서 트럼프 집권 시절의 범죄율을 지적하며 “이 수치는 트럼프의 범죄 경력은 제외한 수치”라고 말해 청중이 박장대소했다. 또 트럼프와 밴스가 국가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쓸데없는 이상한 싸움에 휘말릴까 봐 삼촌과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도 함께 못 간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측이 사람들 사이의 정치적 적대감을 키워서 가족끼리도 불화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가정의 소박한 기쁨을 되찾기 원하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월즈의 등판은 해리스의 ‘직감’에 따른 것이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본래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조시 셔피로 주지사로 기울었다가 막판에 월즈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셔피로 주지사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WP는 “월즈는 너무 리버럴하고 ‘도시 문제’에만 집중하는 정당(민주당)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는 (시골 백인)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며 “이는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블루 월’ 경합주는 물론 조지아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월즈가 민주당을 ‘엘리트 중심의 부패한 기득권층’으로 몰아온 트럼프 측의 공세를 차단할 방어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역대 대선에서 부통령이 중요한 이슈가 된 적은 없다며 월즈 효과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중이다. 밴스도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선출되면 내 일은 대통령의 통치를 돕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선거에서) 트럼프나 해리스를 보고 투표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화당은 월즈가 군 경력을 미화했다고 비난하고, 그의 정책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해리스-월즈 조합은 성공적인 출발을 했지만 가혹한 시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진정한 시험대는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방에 반격하고, 정책 로드맵을 잘 개발해 소통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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