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금메달과 기업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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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5개는 나름 합리적 예측이었던 셈이다.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금메달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국위선양,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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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획득했다. 목표치 5개를 2배 이상 뛰어넘는 성과다. 이전 대회 금메달 수는 9개(리우), 6개(도쿄)로 계속 줄었고 이번 대회는 48년 만에 최소 인원이 출전했다. 금메달 5개는 나름 합리적 예측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금메달이 우수수 쏟아졌다. 효자종목 양궁은 전 종목을 석권하며 5개, 도쿄올림픽 ‘노골드’ 굴욕을 당했던 사격은 3개로 명예를 회복했다. 여기에 태권도가 종주국 자존심을 회복하며 2개를 거머쥐었고, 안세영은 배드민턴에서 28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펜싱도 금메달 2개를 추가했다.
좋은 성적이 나온 종목은 공통점이 있다. 선수 선발 과정이 공정했다는 점과 충분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양궁협회는 현대차가 40년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선수들은 금메달을 딸 때마다 협회에 고마움을 표한다. SK그룹은 2003년부터 펜싱에 약 300억원을, 한화그룹은 지난해까지 사격에 200억원 넘는 발전기금을 내놨다.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금메달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이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동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과 연결할 수 있다. 예전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우선순위는 단연 ‘국가의 명예’였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건 개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위한다는 명분이 우선이었다. 국가 전체로 볼 때도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선다는 것으로 국가의 위상을 증명할 필요성이 있던 시기였다. 올림픽 금메달은 국위선양,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해 필요했다. 개인의 경제적 보상은 후순위였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한국은 선진국이 됐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194달러로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6위다. 일본(3만5793달러)보다도 앞섰다. 요즘 MZ세대 선수들의 가치관도 변했고, 금메달의 의미도 달라졌다. 운동하는 목적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 국가가 우선순위는 아니다. 안세영의 ‘폭탄발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렸다. 부상 관리, 훈련 방식 등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수렴되는 이야기는 보상과 관련된 것이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의 지난해 총수입은 9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반면 세계랭킹 13위 푸살라 신두(인도)의 수입은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는 스폰서와 개인 후원 계약에서 나타났다. 안세영이 “배드민턴으로 경제적 보상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입장도 일리는 있다. 가진 재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안세영 같은 스타 선수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다른 선수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최소한의 형평성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할 수 있는가’를 묻는 말과도 같아서 세대 간 가치관 충돌로 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금메달 종목들은 국내에선 대부분 비인기 종목이다. 재정적으로는 열악할 수밖에 없고, 몸담은 선수들은 운동만으로 생계 유지도 버거운 경우가 많다. 그 틈을 메워왔던 게 기업의 후원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기업의 선의에 기대서 올림픽에서 선전을 바랄 수는 없다. 안세영이 던진 불편한 질문은 한국 스포츠계가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숙제였다. 시대가 변했고 선수들의 인식도 변했다. 저출생 가속화로 미래 선수 풀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로운 미래에 걸맞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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