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3개월 만에 네 번째인 국가안보실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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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통일’ 메시지 낸다는데 대북 강경파 발탁
미 대선 80여 일 앞 안보실 수뇌부엔 외교관 0명
전격적인 외교·안보 핵심 인사를 놓고 뒷말이 적지 않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국가안보실장 승진,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국방부 장관 후보 지명, 장호진 안보실장의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이동에 대해 타이밍도, 의도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인사 타이밍이 의외다. 여름휴가에서 돌아오자 윤석열 대통령은 상세한 설명 없이 안보 진용을 갑자기 교체했다. 남북 긴장 고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앞두고 통일 관련 메시지를 낼 예정이라고도 한다. 그러면서 대북 강성으로 분류되는 신원식·김용현을 각각 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에 발탁해 자칫 메시지의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치 앞 예측이 어려운 미국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인 상황에서 미국통 외교 전문가인 장호진 실장을 교체한 것도 수긍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국가안보실의 장은 물론 1, 2, 3차장 모두 비외교관으로 채워졌다.
외교·안보 라인 교체 인사 자체가 너무 잦아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다.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인 국가안보실장만 2022년 5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벌써 네 번째다. 김성한(10개월)·조태용(9개월)·장호진(8개월) 전 실장 모두 1년도 채우지 못했다. 2013년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이 도입된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선 5년간 각각 2명씩만 실장 자리를 거쳐 갔다.
우리 국가안보실장 상대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소수가 장기간 재임하면서 안정적으로 외교·안보 기조를 관리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이크 설리번 현 보좌관이 4년째 재임 중이다.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서는 각 8년간 2명씩이었고, 오바마 행정부는 8년간 3명이었다. 잦은 변덕 인사 스타일이던 트럼프만 4년간 4명을 갈아치웠다.
최근 안보 진용의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져 이번에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면 그나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 터다. 그러나 사실상 국방장관의 승진 인사 모양새라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안보실은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유사시 군사 개입’ 조항을 담은 동맹 조약의 복원 움직임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국군정보사령부에서 민감한 기밀인 휴민트 인적 사항이 유출되고, 정보사 수뇌부가 이전투구로 빈축을 샀지만, 국방부가 수수방관한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전 경호처장의 경우 “사실무근, 허위 날조”라는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연루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하는 인사는 국민의 공감 속에 국정의 긍정적 동력이 될 수 있다. “외교보다 안보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용산의 이번 인사는 국민이 충분히 수긍할 만한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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