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강제징용 조선인과 물고기 추모비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한 정부 책임론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결같이 내온 입장이다. 민간 증언이 꾸준히 잇따르고, 관련 보고 내용이 적힌 옛 가나가와현 정부 문서가 지난해 처음 공개됐는데도 이런 입장 표명이 바뀌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노동자 강제 동원 문구를 빼놓은 행태를 봐도 일제강점기 만행에 대한 고의적인 기록 배제는 상습적이다. 이렇게 상실된 기록이 마치 없었던 일인 양 역사 왜곡으로 이어진다.
KBS2 드라마 ‘아이리스’(2009) 촬영지로도 알려진 아키타현 다자와 호수의 히메관음상이 한 예다. 1939년 건립된 이 아름다운 불상에는 괴사한 토종물고기를 추모한다는 문구만 남아있었다. 당시 극심한 전력난을 겪은 일제가 수력발전소를 건립하며 수질이 산성화돼 많은 어류가 폐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1990년, 이 불상이 원래 도수로 공사에 강제 동원됐다가 숨진 조선인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이 인근 사찰에서 발견된 ‘히메관음상 건립 취의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묻힐 뻔한 역사다. 당시 강제 동원된 조선인은 2000명에 달했다. 1991년부터 해마다 히메관음상 앞에서 열리게 된 조선인 희생자 위령제에는 현지 일본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오는 16일엔 40년 걸친 이런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뼈’(2022, 사진)가 부산 예술영화관에서 특별 상영된다.
역사 왜곡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기억하는 것이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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