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용산 뜻 관철…한동훈 “결정된 일” 상황 일단락

김기정, 박태인, 석경민 2024. 8.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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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집권 후 다섯 번째 특별사면(복권·감형 포함)을 단행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202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지만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복권 대상에 올랐다. 피선거권이 회복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대선 출마도 가능하게 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사’ 대상자 1219명을 발표했다. 김 전 지사 외에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여야 정치인과 전직 고위 공직자 등 55명이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특사의 효력은 15일 발효된다.

여당, 김경수 복권에 공식 논평 안내
박 장관은 이날 “국정 수행 과정에서 잘못으로 처벌을 받았으나 장기간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전직 주요 공직자를 사면하여 정치 이념을 넘어선 통합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특히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함으로써 그로 인한 정치적 갈등 상황을 일단락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잔여 형기 집행 면제와 복권이 같이 이뤄진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야당 정치인 사찰 및 뇌물로 총 13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상태다.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은 박근혜 정부 때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조현오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여론 공작 관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었다.

조 전 수석은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202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그해 12월 특별 사면·복권됐다. 올해 초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을 확정받았지만 구속 수사 과정에서 형기를 채웠고 이번에 복권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복권이 확정되자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적어 정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덧붙였다. 2022년 12월 사면 직후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대통령은 이제라도 편 가르기와 결별하고 민생 안정에 헌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 복권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며 “다만 이미 결정된 것이기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원들이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에서 한 대표 역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재차 밝힌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인 만큼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환영 논평도 내지 않았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재임 때부터 김 전 지사 사면·복권에 반대했다. 김 전 지사가 2021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불복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2022년 말 사면 때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비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8일 밤 법무부 사면심사위에 김 전 지사가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고, 9일엔 측근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에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라는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파주·당진 등 폭우피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한동훈

당에선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국면을 거치면서 여권 일각의 정체성 공세를 불식시키고 보수 진영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도 나오지만 삐걱대는 당정 관계를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남 중진 의원은 “국민 통합 취지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했으면 이는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반면, 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우려를 전달하는 것은 여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통치권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른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3일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적성면·장단면,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등 2개 기초단체, 4개 읍·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김기정·박태인·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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