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날아온 우아한 목소리, 한여름밤을 적시다
“아임 레디 투 다이브”(I’m ready to dive, 너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됐어)
객석에서 떼창이 터졌다. 런던 출신의 팝스타 올리비아 딘(25)이 지난 12일 오후 8시 서울 반포한강공원 솔빛섬 무드서울에서 첫 내한 쇼케이스를 열고, 노래 ‘다이브’를 부르기 시작하면서다. 한강의 야경을 배경으로 200여 명 관객 앞에 선 딘은 “공연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꿈만 같다. 이 먼 곳까지 나를 오게 만든 음악의 힘에 정말 감동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덟 살부터 가스펠을 노래한 그는 아델,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배출한 브릿 스쿨에서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었다. 2019년 미니앨범 ‘오케이 러브 유 바이’로 데뷔했고, 지난해 ‘다이브’가 수록된 첫 정규 ‘메시’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BBC 라디오의 음악 프로그램 ‘뮤직 인트로듀싱’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아티스트’에 올랐으며 미국 코첼라·롤라팔루자, 영국 글래스톤베리, 일본 서머소닉 등 세계 유명 음악 페스티벌을 ‘도장깨기’ 중이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쇼케이스에서 만난) 트와이스의 지효, 권진아, 이진아 등에게 ‘볼하트’를 배워서 사진 찍을 때마다 이 포즈를 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노래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캐롤 킹, 다이애나 로스를 존경하고 모타운 음악들을 즐기는 등 1970년대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영원한 가치를 좋아한다. 앞서 언급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그렇다. 이들처럼 나도 다른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그는 “1970년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으로 대표되는 모타운 음악은 인종과 지역을 떠나 지금까지도 전 세계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딘 또한 “시대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의 취향 파악에 몰두해 음악을 작업하진 않는다”면서 “장르도 국한하지 않는다. 내년에 내가 메탈 앨범을 낼지도 모른다. 음악엔 규칙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단 곡을 쓸 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발매된 후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래일지라도 사람들이 공감해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는 딘은 “실제 경험에서 느낀 사랑과 이별의 복잡한 감정을 음악에 담는다. 음악을 내 일기장 삼아 앞으로도 솔직한 감정을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나 혼자 이겨낼 수 있다’ ‘네가 필요 없다’는 가사보다는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얽힌 드라마처럼 극적인 가사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들은 “내 인생의 다큐멘터리와도 같다”고 했다. 이어 “때론 노래를 쓸 때 책임감을 느낀다”며 “훗날 제 증손자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해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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