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내 모든 전기차에 ‘배터리 정보’ 공개 권고
정부가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지하 주차장의 소방 시설도 긴급 점검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13일 범부처 대책 회의를 열고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조실 주재로 열린 차관급 회의에는 행안부·산업부·환경부·국토부 차관과 소방청장이 참석했다.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국조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전기차 화재 종합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9월 중 발표할 계획이지만, 급속도로 확산된 ‘전기차 포비아(공포)’를 해소하도록 단기 처방을 내놨다. 우선, 완성차 업체들에 전기차 특별 무상 점검을 하고, 그동안 기업의 영업 비밀로 공개되지 않았던 전기차 탑재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사고를 일으킨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전기 세단 EQE에 이미 화재 논란이 있었던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배터리 정보 공개 요구가 빗발쳤다.
정부의 권고 발표에 앞서 지난 10일 현대차를 시작으로 12일 기아차와 BMW코리아, 이날 벤츠코리아가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벤츠는 전날까지도 배터리 정보는 부품 영업 비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정부 발표를 앞두고 선회했다. 이날까지 홈페이지에 자사의 전기차 탑재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곳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기아, KG모빌리티, BMW,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폴스타 등 7개사(총 40종)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한 7개사 전기차 40종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14종(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한국GM·폭스바겐·아우디 등은 “본사와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벤츠는 정부의 무상 점검 권고도 받아들인 상태다. 권고는 법적 강제성이 없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기업도 무시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권고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초단기 대책’으로, 추후 종합 대책에서 배터리의 안전성과 정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사용하면 안 되는 배터리나 소재를 지정해주거나 좀더 구체적인 지침을 정해주면 혼란을 줄일 수 있겠다”는 의견을 냈다.
소방당국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과충전만 하지 않아도 화재 예방에 큰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진입 전기차의 충전율 90% 제한 대책과 관련해 배터리별 특성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비롯한 전기차주들이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며 반발하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면 보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혜·고석현·윤성민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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