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주가 전망…삼성전자를 어찌할꼬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8.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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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시장 굿? 배드?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를 두고 증권가 전망이 엇갈린다. 11만~12만원대 형성된 목표주가를 13만원대로 상향한 증권사가 있는 반면, 목표주가를 10만원 이하로 낮춘 증권사도 등장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주가 전망도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빅테크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상향을 근거로 목표주가 상향 리포트 쪽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최근 주가 변동성을 두고도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큰 연관성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을 두고 증권가 분석도 엇갈렸다. (매경DB)
13만원 vs 9만7000원

HBM 판단이 주가도 갈랐다

KB증권은 ‘왕의 귀환’ 리포트를 내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8.3% 상향 조정했다. 엔비디아향 HBM3E 공급 본격화가 근거다.

리포트를 작성한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부터 HBM3E 공급 본격화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HBM3E는 5세대 HBM 제품이다. HBM은 적층 난도에 따라 세대가 구분된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HBM3E 12단은 4분기에 납품한다. 한발 늦은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HBM3E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은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해 3분기 양산할 예정”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은 고객사 요청에 맞춰 하반기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HBM은 통상 사전에 고객사와 공급 물량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본격 공급이 가시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동원 센터장도 이 같은 발언에 주목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현재 삼성전자는 우려가 기대로 빠르게 전환되는 구간으로 판단돼 하반기 코스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상반되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시장에서 AI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Gen AI: too much spend, too little benefit’ 리포트를 내고 “빅테크의 AI 투자 성과가 미미하다”며 AI 랠리 지속 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우려를 목표주가에 반영한 증권사도 있다.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1000원에서 9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정폭은 3.9% 정도로 크지 않다. 다만 투자자들은 목표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리포트를 작성한 송명섭 iM증권 애널리스트는 “HBM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출하 가능성이 높아진 건 맞지만, 2025년 HBM 수급 둔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올해 HBM 최대 수요량은 8.8억GB 수준인데, HBM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생산 계획은 13.8억GB에 달해 수요를 넘어선다는 것. 송 애널리스트는 “올해 SK 하이닉스 공급량만으로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있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경우, HBM 부문이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 상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거품론도 우려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미국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탈이 지난 6월 발표한 ‘AI’s $600B Question’ 리포트를 인용했다. 세쿼이아캐피탈은 리포트에서 AI 부문 투자 금액은 6000억달러인 반면 AI 매출은 40억달러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송 애널리스트는 “빅테크가 비용 증가와 AI 매출 저조, 경기 둔화 등 다양한 요인을 이유로 투자를 줄인다면 HBM 수요도 현재 기대치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엔비디아 AI 가속기 신제품(블랙웰) 양산 시점 지연 가능성도 삼성전자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 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블랙웰 양산 시점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1분기 이후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블랙웰에는 HBM3E가 탑재된다. 블랙웰 양산 시점이 지연되면 삼성전자의 HBM3E 공급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 다만 이를 두고도 김동원 센터장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HBM3E 양산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때문”이라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HBM 핵심은 AI 시장 전망

빅테크 설비투자 가이던스 주목

결국 삼성전자 주가 추이를 결정할 핵심 요인은 HBM이 투입될 전방 AI 시장의 ‘랠리 지속’ 여부다. 국내 자본 시장과 IT업계는 AI 랠리 지속에 손을 들어준다. 거품론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근거도 명확하다. 최근 빅테크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제시된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대체로 상향됐다는 것.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은 하반기에도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빅테크 설비투자 대부분이 AI 인프라에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AI 시장을 바라보는 빅테크 시선은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설비투자 대부분은 AI 인프라와 관련 있고, 이 때문에 AI 시장 전망을 살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빅테크 설비투자 가이던스”라며 “만약 QoQ(직전 분기 대비)로 의미 있게 높아진다면 AI 밸류체인과 전반적인 시장이 단기적으로 더 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는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 하단을 350억달러에서 370억달러로 상향했다. 메타는 올해 상반기 152억달러를 집행했다. 하반기 최소 218억달러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 셈이다.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설비투자 가이던스 하단을 상향한 점에서 AI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MS도 비슷하다. 구체적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마존도 “상반기보다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거시 공급 부족 조짐

범용 D램·낸드 가격 상승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레거시’ 범용 D램 공급 부족 조짐이 보인다는 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 내용이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메모리 공급망이 HBM으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일반 D램에 대한 투자 부족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D램의 경우 내년 수요가 공급보다 23% 더 많은 초과 수요 현상을 겪을 것으로 봤다. 최근 범용 D램 가격이 오름세인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다. D램 가격은 지난 4월 16.6% 큰 폭으로 뛰어오른 뒤 3개월 연속 유지되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을 웃도는 메모리 가격 상승 장기화 등 호재가 주가 하방 압력을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도 가격 회복 기대감이 높다. 특히 초고밀도 QLC(쿼드레벨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가격 인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QLC는 정보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 ‘셀(Cell)’에 디지털 신호(0 또는 1)를 4개 저장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기존 SLC(싱글레벨셀), MLC(멀티레벨셀), TLC(트리플레벨셀) 대비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QLC 기반 64테라바이트(TB) eSSD 양산을 예고했다. 128TB 제품도 하반기 중 내놓을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C 제품은 올해 전체 서버 SSD 시장 내 10% 초중반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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