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딜레마’…이젠 개별 종목 보라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8.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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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장기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며 주식 시장에서 2차전지주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한다. 가뜩이나 실적 추정치가 갈수록 내려가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가 2분기 어닝 쇼크 수준 실적을 내놓으며 2차전지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투심은 최악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증권가도 하반기 2차전지 업종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전기차 수요 확대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 하나씩 해결될 조짐이 보여야 서서히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적 추정치 지속 하락

청라 화재로 투심 최악

올 들어 국내 주식 시장에서 2차전지주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톱10 지수는 올 1월부터 7월까지 33% 하락했다. 이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LG화학·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SK이노베이션·에코프로머티·엘앤에프·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종목 10개로 구성된다. 같은 기간 전체 KRX 테마 지수 중 KRX 2차전지 톱10 지수 하락률이 가장 크다. 지수에 포함된 주요 2차전지 업체 주가가 올해 약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2차전지주 장기 부진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차전지 업종 전반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 전기차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거시경제 영향이 크다.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전기차나 고가 차종에 대한 수요가 위축됐다. 고가의 전기차를 일시불로 구매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즉, 할부로 결제하면 높아진 금리 때문에 이자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만한 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판매가 둔화하며 2차전지 업체 실적은 주저앉았다. 증권가에서도 2차전지 업체 실적 추정치를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C·SK아이이테크놀로지·엘앤에프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흑자에서 최근 적자로 전망이 돌아섰다. 증권가 실적 추정치가 갈수록 내려가는 상황에서 각 업체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에코프로그룹 등 국내 주요 2차전지 업체 대부분이 어닝 쇼크에 가까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38%씩 하락했으며,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95% 급감했다. 에코프로는 5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차전지 실적 악화에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 전기차 업체 입장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민감하게 바라본다. 당선자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정치 변동성이 커지며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략도 수정되고 있다. 배터리 공장 투자가 지연되고 있으며 배터리 주문도 줄이는 중이다. 여기에 메탈 가격 하락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도 하락하며 2차전지 업체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인천 청라동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차전지 투심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지난 8월 1일 청라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EQE 모델에 화재가 발생해 주변 차량 수십 대를 전소시킨 것. 이에 전기차를 구매하려고 했던 고객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는 등 전기차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화재로 국내 전기차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나 2차전지 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주가 측면에서는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이슈”라고 말했다.

반등 ‘시점’보다 ‘조건’ 중요

LG엔솔·대주전자재료 주목

하반기에도 2차전지 업종의 유의미한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전기차 수요는 이미 예상보다 긴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여전히 2차전지 업체 실적 추정치가 높고 주가에 적용되는 배수(멀티플)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 등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100배를 웃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2차전지 업체들의 멀티플은 2~3년 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높은 수준”이라며 “올 들어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주가가 의미 있게 내려왔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반등하기에는 아직까지 여러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반기에도 메탈 가격이 추가 하락한다면 2차전지 업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제기되는 경기 침체가 실현될 경우에도 성장주로 분류되는 2차전지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IRA 정책 변화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다수 전문가는 전기차 캐즘을 벗어나려면 시기보다는 조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충전 인프라가 개선되고 상품성이 개선된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된다는 신호가 나올 때 비로소 전기차 캐즘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완성도가 지금보다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내년 초 테슬라의 저가형 모델인 ‘모델2’ 출시와 내년 하반기 이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파이나 미드니켈 2차전지 신제품이 채택된 전기차 출시 등이 2차전지주의 중요한 반등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지표로는 2차전지 업체의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과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지역의 전기차 판매량 등이 꼽힌다. 그 외 양극재 수출 데이터와 리튬·니켈의 가격 추이, 전기차 재고 수준 등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2차전지 업황 개선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는 업종보다는 개별 종목 위주 접근이 유효하다. 다수 전문가 추천을 받은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국내 최초 전기차용 LFP 배터리 수주에 성공했다. 향후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등 보급형 전기차에 필요한 소재를 가장 앞서 개발 중인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다.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부 전기차 업체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렴한 배터리를 채용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반면 테슬라나 기아 등 선두권 업체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을 위해 실리콘 음극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주행 거리와 공간 활용의 극대화가 가능해 전기차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 부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앞서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에 주요 소재를 공급하는 대주전자재료도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대주전자재료의 실리콘 음극재와 형광체 부문 실적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며 “실리콘 음극재는 올해 적용되는 차량이 기존 2개 차종에서 7~9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아직까지는 2차전지 업종 투자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을 나타낸 전문가도 있다. “2차전지 업종 내 최선호주는 없다. 과거처럼 전기차가 전년 대비 50% 성장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10%대 성장률에 안착하는 시기다. 이에 맞게 PER도 50배 아래로 하향 안정화될 때 투자자는 저점 매수가 가능하다고 본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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