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 옆 1만가구? 제2 경희궁자이 꿈꾼다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주간국공용 매경이코노미 기자(an.seongmin@mk.co.kr) 2024. 8.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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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비구역 지정된 창신·숭인동 일대
최근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23번지 일대. (윤관식 기자)
서울 지하철 6호선 창신역 3번 출구로 나와 동망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유서 깊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띈다. 청룡사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 낙산에 위치한 전통 사찰로 고려 태조 때 도선국사 유언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청룡사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사거리가 등장한다. 맞은편에는 보문파크뷰자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준신축 아파트다. 총 1186가구로 2017년 준공했다.

동망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는 보문파크뷰자이, 오른쪽에는 오래된 주택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보문파크뷰자이 끝자락까지 걸으니 드넓은 녹지 공간도 등장한다. 숭인근린공원이다. 공원에서 내려와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면 가파른 골목길 사이에 옹기종기 여러 집이 모여 있다. 대부분 폭 2~4m 내외 좁은 도로 양쪽에는 40~50년은 된 듯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골목이 워낙 좁고 가파른 데다 계단도 많은 편이다. 마을버스는 물론 소방차나 이삿짐 차량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

주택 사이로는 전봇대나 전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이 지역을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사람이 처음 오면 깜짝 놀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동네가 낙후됐다. 서울 중심인 종로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주거 환경만큼은 열악하다.

북쪽으로 청룡사, 동쪽으로 보문파크뷰자이, 남쪽 숭인근린공원, 서쪽은 창신역을 경계로 안쪽 노후 지역이 이번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숭인동 56번지 일대(과거 숭인1구역)다. 이곳에서 내려와 지봉로를 건너 다시 오르막길로 접어들면 등장하는 창신동 23번지 일대(과거 창신11구역)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된다. 두 곳 모두 창신역까지 도보로 이용 가능하지만 좁은 길목, 오래된 주택 등의 영향으로 서울 도심에서 가장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창신·숭인동 일대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양도성과 낙산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광화문까지 직선거리 3~4㎞ 내 위치할 만큼 입지가 탄탄한 곳이다.

숭인동 56번지, 창신동 23번지 일대는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자연환경과 문화재가 어우러진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신·숭인은 어떤 지역?

평균 경사도 20도, 노후주택 밀집

서울시는 ‘창신동 23번지 주택정비형 재개발 사업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안’과 ‘숭인동 56번지 일대 주택정비형 재개발 사업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비계획 확정에 따라 창신동 23번지는 최고 28층, 23개동, 1038가구, 숭인동 56번지는 최고 26층, 15개동, 974가구 아파트가 조성된다. 창신역 일대에는 공공시설과 연도형 상가를 조성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신·숭인동 일대는 그간 정비사업이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며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지 못했던 지역”이라며 “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오랫동안 낙후됐던 창신·숭인동 일대가 도심부 주거지 선도 모델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창신동 23번지와 숭인동 56번지 일대는 대지면적 10만4853㎡(약 3만2000평) 규모로 평균 경사도가 19%에 달하는 이른바 ‘달동네’ 지역이다. 길이 좁고 가파른 계단이 많아 비상 상황 시 소방차 등 진입이 어렵다. 노후 건축물 비율은 무려 90%에 이른다. 도로 교통이나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해 2007년부터 뉴타운(재정비촉진) 사업이 추진됐으나 2013년 구역 지정 해제로 무산됐다.

이듬해인 2014년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선정됐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근본적으로 열악한 기반시설 등으로 인해 도시재생 사업만으로 주거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창신동과 숭인동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20년대 이후다. 2021년 12월 신통기획 1차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다시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냈다. 신통기획은 민간의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가 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정도 소요되던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

정비구역 지정에 따라 이곳에는 총 2012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지봉로와 창신역 등으로 단절된 창신동과 숭인동 간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 보행 약자가 두 곳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창신동과 숭인동을 잇는 입체 보행로도 조성할 계획이다.

창신동은 용적률 215% 안팎, 숭인동은 약 260% 수준의 용적률을 적용해 최고 30층 이하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다. 서울시는 기존 구릉지 지형을 활용해 주거 단지가 인근 서울 성곽과 낙산 등 전망과 어우러지도록 높이 계획을 구역별로 세분화할 방침이다. 청룡사 등 문화재 인근은 4~7층, 구릉지는 8~10층, 창신역 일대는 20층 이상 고층으로 짓는 방식이다.

창신·숭인동 일대 전망은

공사 중 급경사 지형 극복이 과제

창신동 23번지·숭인동 56번지 일대에서는 6호선 창신역은 물론 조금만 내려가면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1·6호선 동묘앞역을 이용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종로, 광화문, 시청으로 출퇴근하기 편리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흥인지문공원, 청계천과도 가깝다. 종로구 대장 아파트인 ‘경희궁자이1~4단지’가 돈의문(서대문)과 맞닿아 있다면 창신동은 흥인지문(동대문)과 맞닿아 있다. 노후 주거지였던 돈의문뉴타운(경희궁자이)이 재개발 후 강북 최고의 아파트가 된 것처럼 창신·숭인동 역시 개발만 마무리되면 쪽방촌 이미지를 벗고 강북 대표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준공연도나 규모 등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지는 보문파크뷰자이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7월 11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같은 면적이 꾸준히 11억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숭인동 56번지 일대는 보문파크뷰자이와 비교해 단지 규모는 비슷하지만 입지는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신동 23번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준공연도 역시 최소 10년 이상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두 곳이 개발만 마무리되면 보문파크뷰자이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창신·숭인동에서는 두 곳 외에도 곳곳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창신9·10구역은 2022년 말 신속통합기획 2차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조만간 정비계획 입안 신청을 앞두고 있다. 창신9구역과 10구역은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과 1·6호선 동묘앞역 사이에 있어 종각이나 광화문 등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숭인동 56번지와 창신동 23번지 일대, 창신9구역과 10구역, 그 외 정비구역 등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1만가구에 가까운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 재개발 사업 기대감이 높지만 과제도 있다. 우선 급경사 지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구릉지 특성상 개발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또 건축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이곳에는 여전히 개발 대신 도시재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대문 일대는 대부분 업무지구로 대단지 아파트 자체가 귀한데 창신·숭인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경희궁자이에 버금가는 강북 대표 주거지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곳은 워낙 경사도가 높고 무허가 쪽방촌이 많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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