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박재홍 새 음반 "라흐마니노프·스크랴빈의 숨은 명곡 알리고 싶어"
오는 10월부터 베를린에서 獨음악 공부…안드라스 쉬프 사사
"스크랴빈의 24개의 프렐류드(전주곡)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은 대중들에게 낯선 곡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곡이다. 두 작곡가의 여느 곡 못지않은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을 잘 연주해서 그 곡이 많은 분으로부터 사랑받게 하는 것도 연주자의 매우 큰 의무라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13일 발매된 새 앨범 '스크랴빈-라흐마니노프'에 알렉산드르 스크랴빈(1872~1915)의 '24개의 프렐류드'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담은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유명하지 않은 곡들이 자칫 자신의 잘못된 연주로 대중들로부터 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박재홍이 먼저 녹음을 생각한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꼭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며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 계속 미루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녹음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1번이 "매우 크고 긴 곡이고 서사도 무척 두텁다"고 했다.
라흐마니노프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소나타 1번을 작곡했다. 박재홍은 "애초 라흐마니노프는 3개의 각 악장이 주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을 구상했다. 1악장은 파우스트, 2악장은 그레첸, 3악장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표현하는 것으로 구상했는데 곡을 출판할 때 그 아이디어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고 서사가 두터운 소나타 1번을 녹음하기로 마음먹은 뒤 이와 어울리는 곡으로 1~2분 길이의 곡들이 이어지는 스크랴빈의 프렐류드를 선택했다.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랴빈은 모두 러시아 작곡가다. 둘은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한 살 차이의 동급생이기도 했다. 박재홍은 "그런 둘이 굉장히 다른 결로 발전해간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재홍은 2021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했다. 프로 연주자로 전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배움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는 10월에는 베를린으로 이주해 독일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울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에서 그는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안드라스 시프를 사사할 예정이다. 2년 전 시프가 박재홍에게 베를린으로 오라고 제안했다.
"시프 선생님을 2년 전 한국에서 처음 뵀다. 그때 시프 선생님이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했는데 통역을 맡았다. 시프 선생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선생님께서 제 피아노 연주를 궁금해 하셨다. 그래서 슈만 소나타 1번 등을 연주했고 다행히 선생님께서 무척 좋게 들어주셨고 곧바로 베를린으로 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올해 시험을 보고 바렌보임 사이드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됐다."
박재홍은 베를린 이주를 앞두고 있어 너무 설레지만 한편으로 그래서 이번 앨범과 독주회가 소중하다고 했다.
"시프 선생님으로부터 독일 음악을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이제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음악과 잠깐의 안녕을 고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다."
박재홍은 무대에 서는 것에 점점 더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며 음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피아노를 오래 치고 싶다고도 했다.
"부소니 콩쿠르가 끝나고 한 1년 정도 힘들었다. 갑자기 연주가 많이 늘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은 점점 무대에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다. 여전히 부담감도 있지만 그 부담감이 좋은 작용을 하는 것 같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행복하게 오랫동안 연주하고 싶기 때문에 더 초심을 잃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박재홍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이달 말부터 전국 투어를 할 예정이다. 8월25일 통영국제음악당을 시작으로 9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일 울주문화회관, 21일 대구 수성 아트피아, 26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연주한다.
새 앨범을 담은 두 곡과 스크랴빈의 환상곡까지 세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프렐류드만 연주하면 1부 공연이 너무 짧은 것 같아서 한 곡을 더 생각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이 판타지풍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크랴빈의 환상곡이 프렐류드와 소나타의 좋은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석유는 신의 선물이야"…기후대책 유엔회의서 찬물 끼얹은 사람 - 아시아경제
- 바이크로 수험생 바래다주던 송재림…"화이팅 보낸다" 격려도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