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천] ‘여자 복싱 1호 메달리스트’ 임애지 “메달 확신해…체급 세분화 이뤄지길”
김우중 2024. 8. 13. 20:33
한국 여자 복싱 선수 1호 메달리스트 임애지(25·화순군청)가 태극기를 흔들며 당차게 귀국했다.
임애지는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이날 태권도 국가대표 박태준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 당시 기수를 맡기도 했다.
임애지는 이번 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전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에게 2-3(28-29 27-30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했다. 복싱에선 3·4위전이 별도로 열리지 않고, 두 선수에게 동메달을 준다. 준결승에 진출하며 메달을 확보한 임애지는 동메달로 여정을 마쳤다.
이 결과만으로도 새 역사였다. 직전 한국 복싱의 메달은 2012 런던 대회 당시 남자 60㎏에 나선 한순철의 은메달이었다. 여자 선수 올림픽 입상은 임애지가 처음이었다.
이날 많은 팬들의 사진 요청에 응한 뒤 취재진과 마주한 임애지는 “경기가 끝나고 일정이 없으니까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으면서도 “폐막식에서 기수라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돌아봤다.
한때 선수 커리어 연장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던 임애지는 동메달 뒤엔 로스앤젤레스(LA) 대회까지 바라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날 역시 “매일 새로운 목표를 삼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메달을 딴 배경에는 임애지만의 ‘자기 암시’가 효과를 본 듯하다. 그는 “대회 전부터 ‘나는 올림픽 티켓을 딸 거다’라고 메모했고, 이후엔 ‘출전해서 금메달을 딸 거다’라고 자기암시를 했다”라며 메달을 자신했다고 강조했다. 링에서는 긴장하지 않은 성격 덕분에 상대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며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 여자 복싱의 밝은 미래를 바라기도 했다. 임애지는 “이렇게 메달리스트가 한 명 탄생하면, 그 이후로도 많은 선수가 메달을 딸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충분히 우리나라에 좋은 선수가 많다”라고 치켜세웠다.
임애지는 이번 동메달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갈 길이 더 있고, 더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서 어깨를 으쓱하기보다, 더 발전하며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 복싱계를 향해 화두도 던졌다. 먼저 전국체전 체급 세분화다. 한국 전국체전 여자 복싱은 3개 체급(51㎏·60㎏·75㎏)뿐이다. 임애지의 경우 체중을 불려야 하는 상황인 셈. 그는 “체급을 세분화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얼른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에 정말 좋은 선수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 달리기를 너무 많이 하면서 부상이 많아졌다. 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상으로 제약이 있었다. 우리는 복싱 선수니까, 복싱이 주가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또 개선점으로는 ‘잔머리’를 언급하면서 “복싱이 재밌는 이유는 정답이 없다는 거다. 잔머리를 활용한 플레이로 상대에게 혼란을 주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라고 짚었다.
한편 임애지는 아이돌그룹인 몬스타엑스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응원해 준 것에 대해 “기절할뻔했다. 물론 동메달을 목에 건 게 더 좋았다”라고 웃어 보였다.
인천공항=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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