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천국 옛말"…1년간 13만명 떠나 '역대 최대' 뉴질랜드, 왜

김지혜 2024. 8. 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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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 오클랜드. 사진 트위터 캡처


많은 이민자를 받아 '이민 천국'으로 불리던 뉴질랜드에서 지난 1년 동안 13만명이 해외로 떠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이전 1년 동안 뉴질랜드에서 해외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은 13만1223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이주자 중 8만174명은 뉴질랜드 시민권자였으며 이 중 약 40%는 18∼30세 사이 청년들이었다. 해외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 약 3분의 1의 목적지는 호주였다.

다만 같은 기간 20만4492명이 뉴질랜드로 이민 와 순 이민자 수(입국자-출국자)는 7만3270명을 기록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완화하던 2022년 말부터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외국인 근로자 이민을 장려하면서 순 이민자가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연간 순 이민자 수는 약 14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벗어나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연간 순 이민자 수는 1년도 안 돼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뉴질랜드 떠나는 이유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실업률 상승과 높은 금리, 비싼 거주비와 생활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뉴질랜드 경제성장률은 0.6%에 불과했으며 올해도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실업률은 4.7%에 달했으며 기준금리는 5.5%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해 정권을 잡은 우파 연합은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공공 부문 일자리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제분석기관 인포매트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래드 올슨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에게는 졸업 후 해외로 떠나는 것이 통과의례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두뇌 유출'과 고령화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뉴질랜드를 떠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호주로 향하고 있다면서 잠깐 떠나는 것이 아닌 영구 이주를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주당 평균 소득은 뉴질랜드보다 30%가량 높다. 호주 기업들은 높은 임금과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제시하며 뉴질랜드 청년 채용을 늘리고 있다.

호주 은행 웨스트팩의 마이클 고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경제가 냉각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더 강한 호주 고용 시장으로 향하는 뉴질랜드인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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