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사망 후 유족에 돈 청구했더니 "못 돌려줘"…法 판단은
투자사기 가해자가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면 그의 상속인들이 피해자에게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족들은 "상속 포기를 했다"며 변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박근정 판사는 투자사기 피해자 A씨가 가해자(사망)의 상속인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투자금 7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 가해자 C씨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고 온라인 영업 컨설팅 업무를 제공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C씨는 대가로 7900만원을 지급받는 대신, 3개월 간 영업한 결과 순수익이 3000만원에 미달할 경우 7900만원을 반환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A씨가 인수한 쇼핑몰 순수익이 3000만원에 미달하자 같은 해 5월 A씨는 C씨에게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C씨는 돈을 돌려주지 않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조력을 받아 사망한 C씨를 피고로 투자금 79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다.
가해자 C씨의 상속인인 배우자 B씨와 자녀들은 “상속 포기 신고를 해 수리하는 심판이 내려졌다”며 변제를 거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사망한 C씨 재산 경위를 조회한 결과 부부가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해 생활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산 대부분의 명의가 배우자 B씨 앞으로 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씨 사망 이후에는 그의 계좌에서 배우자 B씨 계좌로 돈이 송금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가 상속포기를 했지만 상속포기 전에 C씨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해 상속포기는 무효”라며 “B씨는 C씨가 약정한 투자반환금 7900만원과 지연이자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률구조공단의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순수익 보장 투자 약정과 같은 사기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가 경제 공동체를 구성한 가족이 있다면 그 재무 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상속재산의 처분, 부정 소비 등 법정단순승인 사유가 없는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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