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광복절 위기에 보훈부 장관도 '설득전'...출구 없는 대치 계속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이종찬 광복회장을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광복회 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관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별도 광복절 행사를 열 수밖에 없다”는 게 이 회장의 뜻이다. 다만 광복회는 자체 행사에 정치권 인사는 초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보훈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전날(12일) 이 회장과 통화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복회관을 직접 찾아 이 회장을 만났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광복절 경축행사는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한다”며 “독립유공단체의 맏형격인 광복회가 국가 기념행사 중 가장 중요한 광복절이 분열되지 않도록 대의명분을 생각해 불참 의사를 재고해 달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김 관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광복절 경축식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며 “김 관장의 사퇴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김 관장을 친일과 건국절 제정에 동조한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한 광복회는 그의 사퇴가 없다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광복절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예고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도 정부 차원 경축식이 아닌 광복회 주관 행사에 참석할 뜻을 밝혔다.
다만 광복회는 별도 기념식에 정치인을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광복회는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정부 주최) 경축식 불참 이유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자체 개최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광복회원이나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이외에 정당ㆍ정치권 인사를 일절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자체) 기념식이 자칫 광복회가 정쟁의 중심이 돼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인사의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등 정부의 행보에 항의하는 뜻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라는 지적을 반박하며 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며 “건국절 제정에는 양심을 걸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건국절 제정은 없다는 취지로 이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 장관에 앞서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이희완 보훈부 차관은 대면으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은 전화로 이 회장에게 “건국절을 제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김 관장의 사퇴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어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광복회가 지난 12일 오영섭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오 위원장이 규정에 없는 제척 권한을 임의로 행사해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 회장이 배제되면서 김 관장이 선발됐다는 게 광복회의 주장이다.
광복회는 장외 투쟁에도 나섰다. 김대하 광복회 서울시지부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고 억지 주장하는 인사가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된 것은 독립기념관의 역사와 정통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현대판 밀정’인 김형석 관장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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