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개' 시사한 김경수…환영하는 野, 둘로 쪼개진 與

김기정, 황수빈 2024. 8. 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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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소식에 정치권 분위기가 엇갈렸다. 복권됐다는 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마음먹기에 따라 당장에라도 정치판에 뛰어들 수 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는 한때 자타 공인 '친문의 황태자'였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6월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런던으로 출국하며 지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속내야 어떻든 야권은 일제히 환영 목소리를 냈다. 반면, 김 전 지사 복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인 탓에 여권의 입장은 어정쩡했다.

당사자인 김 전 지사는 복권이 확정된 13일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썼다. '사회 보탬'은 정치인들이 활동 재개를 앞두고 흔히 내뱉는 수사다. 김 전 지사는 이어 “저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덧붙였다.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이 사면한 직후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했던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김 전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재선 의원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김 전 지사의 정치복귀 의사는 분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야권은 환영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늦게나마 대통령이 당 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정했다”며 “대통령은 이제라도 편 가르기와 결별하고 민생안정에 헌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여전히 부정적인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 복권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며 “다만 이미 결정된 것이기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존중한다는 의미냐’는 취재진 질문엔 “말씀드린 대로 해석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원들이 김 전 지사 복권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한 대표 역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재차 밝힌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 복권이 결정된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선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재임 때부터 김 전 지사의 사면·복권을 반대했다. 2021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김 전 지사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2022년 말 사면 때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비친 게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8일 밤 “법무부 사면심사위에 김 전 지사가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9일엔 측근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에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 “이런 문제에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당에선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국면을 거치면서 여권 일각의 정체성 공세를 불식시키고 보수 진영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동시에 삐걱대는 당정관계를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한 것을 불편해하는 기류도 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 통합 취지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했으면 이는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통치권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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