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녹던 대프리카 변했다"…폭염과 전쟁 30년, 대구의 반전
" 열대야가 힘들긴 하지만, 낮에는 그래도 전보다는 견디기가 나은 것 같아요. "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8일 정오, 대구광역시 달서구 두류공원 대구대표도시숲에서 만난 손금이(83)씨의 말은 뜻밖이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주민의 반응이 기대에 못미쳤다. 대표적인 폭염 도시인 대구 토박이인 그는 ”예전에는 아스팔트가 녹아 하이힐 굽이 푹푹 들어갔는데…”라며 최근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와 만난 두류공원 대구대표도시숲에 힌트가 숨어 있었다. 그곳은 3년 전엔 공터였다가 2만여 그루의 나무와 10만 송이의 꽃이 피는 2만4779㎡의 공원이 됐다. 손씨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 머리가 아파서 낮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이곳으로 피서를 온다”며 “원래 미나리 심긴 공터였는데, 이젠 나무 그늘도 많고 바람도 불어 집에 있는 것보다 한결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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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기록 1위에서 벗어난 대구
최근 온라인에서는 “‘대프리카’의 ‘대’는 대구가 아닌 대한민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한국의 폭염은 갈수록 심해지지만, 대구는 언제부터인가 낮 최고 기온 1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40도를 기록한 지난 4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7.8도로 전국 시군 가운데 15위 수준이었다. 경북 경주시(38.4도) 등 경상권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낮 최고기온을 기록한 지난 7일에도 대구는 36.6도(12위)였다.
대구는 기록적인 폭염이 닥친 1994년 7월과 8월의 최고기온이 월평균 36도, 34.5도에 이르렀고, 낮 최고기온 40도 기록(1942년 8월)을 보유한 도시였다. 그런데, 2018년 강원도 홍천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겼을 때 대구는 명단에 없었다.
폭염과의 30년 전쟁…가로수 3배 확대
1995년부터 폭염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중장기 대책으로 녹지를 늘리기 시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5년 8만4000여 그루였던 가로수가 2023년 23만9000여 그루까지 세 배가 됐고, 열섬 효과를 막기 위한 시내 도시숲은 2005년 1392ha(418만여평)에서 2021년 2759ha(834만여평)로 두배가 됐다. 대구시는 지난해에도 113억원을 투입해 기후대응 도시숲과 녹지 14곳을 추가로 조성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처음 계획을 수립할 때, 시민들이 폭염 대책으로 가장 원했던 게 녹지 조성이었다”라며 “녹지 확대는 계속 이어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나무는 뿌리로 물을 흡수해 증산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뺏는다. 나무 주위의 기온이 나무가 없는 곳보다 3도가량 내려간다”며 “도시숲은 도심 열섬효과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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