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한온 인수 쉽지 않네…멈춰선 빅딜
[한국경제TV 강미선 기자]
<앵커>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가 자동차 부품업체 한온시스템 인수를 발표한 지 3개월 만에 분위기가 싸늘해졌습니다.
인수 가격이 높다는 의견 속에 본계약 체결 일정도 미뤄졌는데요. 이와 관련해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5월에 인수 발표를 했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 건가요?
<기자> '결혼식 날은 잡았는데 파혼 위기에 처했다.' 딱 이런 상황입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5월 사모펀드사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하기로 발표했습니다.
한온시스템은 세계 2위 차량 열 관리업체이자 현대차 계열사를 빼면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입니다.
한온시스템 인수 자금은 1조 7,000억원대로 한국타이어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입니다. 지난주 본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황입니다.
인수 당시만 해도 한국타이어 측은 자금 조달 관련해선 문제가 없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이달 들어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마저 한온시스템 인수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며 처음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3개월 사이 갑작스럽게 입장이 바뀐 구체적인 이유가 뭔가요?
<기자> 크게 삼박자가 안 맞고 있어섭니다.
먼저 주가 급락입니다. 얼어붙은 시장 때문이죠. 인수 발표 당시 한온시스템 주가는 5,600원대였는데 오늘 3,910원에 마감했습니다.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가가 현재 시장가보다 2배가량 높은 점이 발목입니다.
다음으론 실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인수 발표 후 한국타이어는 10주간 한온시스템을 실사에 나섰는데, 우발 채무가 발견됐습니다. 또 이번 2분기엔 전기차 생산물량 감소로 한온시스템은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고요.
마지막으로 노조도 걸림돌입니다. 한온시스템 노조는 실사를 방해하거나 인수 계약 전 3자 협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수요 정체에 공포감까지 겹치면서 한국타이어 이사회 내부에서는 인수 관련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비싼 매물'이 됐다는 게 가장 큰 쟁점이군요. 파는 쪽인 한앤컴퍼니와 시장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한앤컴퍼니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 당시 한온시스템 몸값이 최대 8조원까지 올랐었는데 한국타이어에 1조7,000억원에 파는 격입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 중이기에 코맨트를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10년 전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1주당 1만200원주고 샀던 입장이라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고요.
시장의 반응은 인수 발표부터 줄곧 차갑습니다.
2분기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보면 인수가 한국타이어의 호실적에도 주가의 타격을 주고, 합병 시너지도 회의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주주 환원이 미흡해질 수 있어 투자자들도 탐탁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앵커> 인수 협상이 깨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인가요?
<기자> 결혼식장 들어갈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듯 한국타이어가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를 무산하려면 지금이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인 셈이죠.
인수가 깨지면 한국타이어는 수백억 원대의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데요.
이행보증금을 날리고 분쟁에 휘말려도 무리한 인수를 하지 않는 방향이 타격이 덜할 수 있습니다.
다만 5월 인수 발표 업무협약은 중대한 오류나 누락이 없으면 양해 각서에 합의한 약식에 따라 주식 매매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돼 있는 만큼 구속력이 강합니다.
한앤코와 한국타이어가 10년 넘게 한온시스템 대주주로써 협력관계를 맺어온 파트너라 상호 신의를 저버리기도 쉽지 않고요.
한국타이어 측은 올해 인수를 목표로 정했지만요.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 여부 역시 관건입니다.
현재 합병 승인을 내린 곳은 유럽뿐인데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이 남아 있어 인수 절차 자체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미선 기자 msk52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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