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1000여개 중증 수술 수가 올린다…실손 보장 축소도 검토
정부가 그동안 보상 수준이 낮았던 1000여개 중증 수술의 수가(의료행위 대가) 인상을 추진한다. 비급여 진료를 부추기는 실손보험의 보장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3일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필수의료 보상 체계 개선과 비급여·실손 제도 개선 논의상황 등을 발표했다. 우선 저평가된 중증 수술 보상을 높이는 등 현행 수가 체계의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약 9800개 의료행위에 수가를 매기고 있는데, 이 중 기본진료와 수술, 처치의 보상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병원들이 중증 고난도 수술보다 검사를 많이 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실 단장은 "모든 수가를 한 번에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고 보상 수준이 낮은 1000여개 중증 수술을 선별해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암 수술 등에 대한 보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장 의견 수렴 후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세부 항목을 정해 '핀셋 인상'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정책 수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필수의료 특성상 난도와 위험도가 높은 분야, 응급진료 등 대기가 필수적인 분야엔 더 많은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선 향후 집중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중증 ▶고난도 필수의료 ▶응급 ▶야간·휴일 ▶소아·분만 ▶취약지 등 6개 우선순위를 도출했다.
정부는 건보 수가 개선만으론 의료 체계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에도 메스를 대기로 했다. 정 단장은 "중증·필수의료 분야보다 위험도·난이도·업무 강도가 현저히 낮은 특정 비급여 진료를 통해 과도한 수익을 올려 보상 체계를 왜곡하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수치료 등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 항목과 건보 급여 진료를 섞어서 제공하는 '혼합 진료'를 손보기로 했다. 정 단장은 "의개특위 소위에서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코막힘 증상을 치료하는) 비밸브 재건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에 대해선 급여와 병행 진료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면서 "의료기관별 비급여 (비용) 편차가 매우 큰 만큼 표준 가격을 정하자는 논의도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표준 가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제각각 쓰는 비급여 명칭을 표준화해서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로 했다. 비급여 공개 제도도 항목별 단가 외에 총진료비,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대체 가능한 급여 진료 등도 함께 공개하는 쪽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실손보험을 두곤 건강보험의 '보완재' 역할을 명확히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실손보험은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이나 응급실을 이용해도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 단장은 "의개특위는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 합리화, 상품의 관리·계약구조 개선, 보건당국과의 협력체계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 질환 등 필수 분야 진찰료에 대한 (건보) 본인 부담이 낮게 설정된 상황에서 실손보험도 보장을 해주다 보니 상급병원 이용 등 의료 체계가 왜곡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실손보험사와 금융당국도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 보장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자료를 내고 정부의 비급여 관리 계획에 유감을 표했다. 의협은 "비급여 통제는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만들어 서비스 질을 하락시키고 선택권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면서 "정책 시행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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