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미국서 입소문 탄 이 장면, 흥행 돌풍 일으킬 만하네
[안치용 기자]
*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라고 부르는 영화가 있다. 딱히 정해진 구분이 있거나 장르로 분류되지 않지만, "영판 할리우드 풍이야"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영화가 있다.
이때 '할리우드 영화'라거나 '할리우드 풍'이란 언급에는 약간 낮춰보는 느낌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대놓고 밝히면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정석
영화 <트위스터스(TWISTERS)>는 할리우드 영화다. 강조하자면,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이다. 어찌 보면 동화의 구조와 비슷하다. 예상할 수 있는 해피엔딩의 목적지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달려가는데, 과정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간다.
주인공은 토네이도 사냥꾼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이다. 대학 시절 고향 오클라호마에서 신박한 아이디어 하나로 토네이도에 맞서다 친구들을 잃고, 지금은 토네이도에서 멀리 떨어진 뉴욕 기상청에서 일한다. 도입부에서 토네이도 사냥꾼 케이트의 자신만만한 모습과 좌절이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통해 그려진다.
▲ '트위스터스'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여성 한 명과 남성 두 명이 등장했으니 관객은 해피엔딩에 로맨스가 어떤 모양으로 자리할지를 또한 궁금해 한다. 이것 또한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지 않는다.
역대급 토네이도를 정면 돌파하는 재난 블록버스터 <트위스터스>는 큰 스케일과 압도적인 몰입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 스릴 넘치는 스토리가 더해지면 틀이 완성된다. <미나리>로 121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트위스터스>는 '여름 블록버스터의 정석'이란 평가를 받았다.
<트위스터스>는 지난 7월 19일 북미 개봉 이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오랜 기간 유지된 <투모로우>(2004)의 재난 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웠다. 확실히 정석은 강력하다.
디테일의 힘
바둑이 정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정석만으로 이길 수 없듯이 재난 영화에서도 정석을 충실히 따랐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없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프랭크 마샬의 말에서 <트위스터스> 흥행 비결을 파악할 수 있다.
▲ '트위스터스'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토네이도와 오클라호마는 깊이 연결된 단어이다. 제작진은 자연스러운 오클라호마의 풍광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실감 나는 토네이도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영화 역사상 CG로 만들어진 날씨 시뮬레이션이나 토네이도 중 가장 복잡하고 진짜 같은 작업물"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지장이 없다. 최고의 제작진이 붙어서 최고의 영화를 만들려 노력한 만큼 현재로선 최고의 CG를 보여주는 게 관객에 대한 일종의 의무였을 텐데, 제작진은 이를 해냈다.
재난 영화이지만, 주인공들이 재난을 당하지 않고 재난당한 사람들을 구하러 가기에 관람하기에 심정적 여유가 생긴다. 선과 악의 대치를 심각하게 드러내지 않고 대체로 재난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선함과 휴머니즘에 집중한 것도 관객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영화관에 앉아 무시무시한 토네이도 맞서 싸워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불어 사랑을 성취하는 게 할리우드의 영화의 문법이 아닌가. 저급한 취향이라고 무시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다.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본다고 생각 없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을 영화다.
데이지 에드가-존스가 오클라호마 지방 억양을 소화하려고 애썼다는데, 외국인으로선 그 노력을 체감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새 영역으로의 전환이 두렵기도 했지만 <트위스터스>는 나에게 모험을 할 수 있게 영감을 주었으며,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대신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라는 정 감독의 더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 '트위스터스' 포스터 |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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