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은 과즙을 챙기기보다 슈가를 챙겼어야 했다 [전형화의 직필]

전형화 2024. 8. 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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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아이엠 워킹’ 영상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방탄소년단의 최고, 최초 기록에 또 하나의 기록이 더해졌다. 역대 아이돌 음주운전 혈중 알코올농도 최고 기록.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혈중 알코올농도 0.227%로 그동안 음주운전에 걸려 알려진 모든 아이돌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말들이 각종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도표까지 만들어져 이곳저곳에 퍼지고 있다. 최고 기록인지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다른 멤버들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와중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세운 기록이다. 

폭염에 군생활하는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 뿐 아니라 복무 중인 여느 장병들이 일과 시간 끝나고 그 정도로 술을 먹었다면, 아니 휴가 중에라도 그렇게 음주운전을 했더라면, 상당한 처벌을 받았을 터다. 하지만 슈가는 사회복무요원이라 일과시간이 끝난 뒤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역대 아이돌 음주운전 최고 기록을 세우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를 놓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걸 되돌아보면 실로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슈가는 지금 그가 콘서트에서 많이 외치던 “18”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번 걸린 일로 이 정도로 난리를 칠 일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국위선양을 얼마나 했는데 심지어 방탄소년단 팬덤까지 자신을 비난할 일이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그와 하이브에서 밝힌 변명문 같은 사과문 탓이다. “헬멧을 썼고”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자 넘어졌고, 주변에 경찰관이 계셔서 음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으신 분 또는 파손된 시설은 없었지만” 등등의 변명들은 어이가 없으며 더러는 사실이 아닌 탓이다.

경찰은 전동 스쿠터로 보고 있다는 문제의 전동 킥보드는, 아직까지 슈가든 하이브든 전동 스쿠터라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길게 이어지면 법원에서까지 다툴 문제니 굳이 더 논할 필요는 없겠다. 집 앞 정문에서 넘어졌다지만 공개된 CCTV를 보면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는 것도, 뭐 집이 여러 개일 수 있고 마음의 집은 다른 곳일 수 있으니 그렇다 치자.

더 큰 문제는, 아주 큰 문제는,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재산상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해명한 부분이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전형적인 변명이다. 아직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거나, 피해를 줬어도 안 걸린 사람들이 하는 흔한 변명이다.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타면 안된다는 걸 몰랐다는 건, 말할 가치조차 없는 한심한 변명이다. 그건 남을 때리면 안된다는 걸 몰랐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이다.

슈가의, 하이브의 이 같은 변명이 악의적인 건, 방탄소년단이란 그룹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간과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술 먹고 스쿠터 타면 안된다는 걸 나도 몰랐는데, 에이 몰랐으면 그럴 수도 있지, 술 먹고 운전해도 남에게 피해 안 줬는데 좀 봐주면 안되나, 그만큼 국위선양을 했는데 그 정도 실수는 봐줄 수 있지 등등등. 이 사회가 지켜야 할 규범을, 법을, 윤리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거대한 똥을 투척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 곳곳에서 저런 말들이 흘러나온다. 일부 방탄소년단 팬덤에서도 그런 말들을 공격적으로 하곤 한다. 

슈가가 경찰에 출두하게 될 때 포토라인에 세우는 게 망신주기란 어이없는 말도 나온다. 레드카펫에 서는 것과 경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 모두 스스로의 행동이 거둔 결과다. 영광은 취하고, 부끄러움은 피하려 하는 게, ‘러브 유어 셀프’는 아닐 것이다. 

혹여 경찰이 방탄소년단이라 슈가를 포토라인에 서지 않게 한다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고 음주운전을 해도 유명인은 특혜를 받는구나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슈가 출두를 앞둔 경찰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하나 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프리카BJ 과즙세연과 미국에서 찍힌 영상이 슈가 음주운전이 알려진 날 같이 한국을 강타했다. 하이브는 부랴부랴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LA에 오면서 관광지와 식당을 물어와서 방 의장이 예약해주고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과 과즙세연 관련 목격담과 사진 등이 올라온 각종 커뮤니티에 방 의장의 사생활이라며 열심히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3년치 카톡 내용을 뒤지지 않는 한, 방 의장과 과즙세연의 우연하다는 조우를 확인할 방법은 없을 터다. 또한 그럴 필요도 없을 테다.

다만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의 수장에다가 오늘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슈가의 음주운전 이후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하이브의 행태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당초 이번 주 입국할 계획이었으나 과즙세연과 목격담이 불거진 뒤 귀국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풍문의 사실 여부를 떠나 방시혁 의장은 슈가의 음주운전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바로 귀국해 이 사태를 총괄했어야 했다. 과즙세연과 만남이 우연이었다면 더욱 더 당당히 입국해 이 사태를 진두지휘했어야 했다. 더욱이 현재 하이브는 박지원 대표가 물러나고 이재상 대표가 아직 취임 전이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며 이끌 사람의 공백이 있는 상황이다.

방 의장의 책임 있는 태도가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팬들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들에 대한 자세다. 17만원선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하이브 주주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방시혁 의장은 과즙을 챙기기 보다 슈가를 챙겼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의장으로서, K팝 업계를 대표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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