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없이는 키우기 어려운 이 작물, 어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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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현 기자]
▲ 막바지 열매를 달고 있는 방울 토마토(위),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고추(아래) |
ⓒ 곽규현 |
오이와 토마토는 농부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미 맛있는 열매를 잔뜩 선사하고도 막바지 열매 맺기를 계속하고 있다. 가지, 고추, 호박은 여전히 도시농부에게 기쁨을 안기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수확의 즐거움을 누리게 할 것이다.
열매채소는 한두 번의 수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매 맺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열매채소 덕분에 농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도시농부 유기농 재배가 어려운 작물, 고추
그런데 열매채소들을 수확하는 중에도 혹시나 병이 들까 봐 안심할 수 없는 작물이 있으니, 바로 고추다. 요즘은 한창 고추 수확철이다.
고추는 내가 텃밭에서 가꾸는 작물 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두둑을 높게 하여 적당한 간격으로 고추 모종을 심은 후에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대를 세우고, 고추가 자라는 크기에 맞추어 유인 줄을 쳐서 가꾼다.
▲ 말리고 있는 홍고추와 기계로 고춧가루 빻는 모습(위), 빻아 놓은 고춧가루와 병이 든 고추(아래) |
ⓒ 곽규현 |
풋고추는 생으로도 즐겨 먹고, 고추 잎은 무쳐서도 먹는다. 홍고추는 빻아서 고춧가루를 만들어 요리하는 데 향신료로 쓰고, 무엇보다 김치를 담그는 데는 필수적인 양념 재료가 된다. 그래서 나도 매년 심어서 가꾸고 있으나 병해충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가 고민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병충해 방제에 필요한 농약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을 해 보겠다고 시작한 취미농사인데, 농약 살포는 유기농을 포기하는 것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텃밭 농사의 주요 작물인 고추 재배를 그만두고 싶지도 않다. 처음 농사를 짓던 초기에는 농약을 치지 않고 고추를 가꾸어 보겠다고 덤벼들었다가, 결국 고추에 병이 드는 바람에 수확을 거의 하지 못하고 농사를 망쳤다.
나보다 먼저 농사를 짓던 선배 텃밭 농부들은 병해충 때문에 고추는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아내도 시중에 나오는 고추는 농약을 더 많이 칠 텐데, 적당히 농약을 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친환경 무농약 유기농을 해 보겠다고 호기롭게 덤비던 기세는 꺾이고, 슬그머니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다. '그래, 고추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고 농약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치자' 하는 마음으로, 병충해의 징후가 보일 때만 재배 기간 동안 두세 번 정도로 농약을 치고 있다. 농약을 몇 번 친다고 병충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수확은 하는 편이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빨갛게 익어가는 홍고추를 수확하고 말리면서 유기농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하면 고추도 무농약으로 키워서 음식의 풍미를 더할 수 있는 고춧가루로 빻을 수 있을까.
▲ 농협에 신청하여 배송 받은 퇴비(위), 텃밭에서 나온 잡초, 채소 잎과 줄기, 열매 껍질 등을 쌓아서 발효시켜 만드는 셀프 퇴비(아래) |
ⓒ 곽규현 |
퇴비로만 가꾸어도 농작물의 모양이나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고 고추처럼 병충해가 심하지도 않다. 농작물을 벌레가 파먹기도 하고 새가 쪼아먹은 것도 있지만, 이건 오히려 건강한 작물이라는 징표가 아닐까. 자연과 친해지고 싶어서 짓는 농사인데, 다른 동물들과도 좀 함께 나누어 먹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고추까지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까?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다. 아직 농업 지식이나 경험이 짧은 도시농부로서는 어려워 보이지만, 언젠가는 내 방식대로 고추를 포함하여 친환경 유기농을 해 보고 싶다. 언젠가는 고추도 무농약으로 키워서 완전한 유기농을 실현시키고 싶은 게 내 꿈이다.
무농약으로, 토양을 오염시키지도 않으면서 병해충을 견뎌낸 건강한 농산물로 내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싶다. 내 손으로 키운 농작물로 내 주변 사람들과도 나눔을 하고 싶은 도시농부로서 유기농에 대한 희망을 품고 농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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