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배달원 무릎꿇린 경비원…中 씁쓸한 '을들의 전쟁'
중국 항저우 도심에서 빌딩 경비원이 음식 배달원의 무릎을 꿇리는 일이 발생하자 동료 수백명이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12시 께 항저우 시시스지센터의 경비원은 음식 배달원이 건물 화단을 밟았다는 이유로 배달원의 오토바이에서 열쇠를 뽑은 채 벌금 200위안(약 3만9000원)을 요구했다. 다음 배달이 밀릴까 걱정한 배달원은 무릎을 꿇고 열쇠를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해당 배달원은 아르바이트 중인 여대생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을 담은 사진이 배달원들의 주문 통신망에 오르자 분노한 동료 수백 명이 건물로 몰려와 사과를 요구했다.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X)에는 “사과하라, 사과하라”를 외치는 배달원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시위를 저지하면서 몰려든 시민에게도 해산을 요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포됐다. 웨이보에는 해당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항저우시 공안국은 공식 SNS를 통해 “배달원이 배달 과정에서 난간을 잘못 밟아 보안에 의해 저지당했으며 해당 배달원은 다음 배달에 영향을 우려해 무릎을 꿇었고, 현장에 군중이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를 받은 관할지 경찰이 즉시 출동해 현장을 처치하고 관련자를 법에 따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위가 발생하자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과 어러머(餓了麽)는 해당 지역의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배달원들 모두 배달망 계정이 정지당했다. 플랫폼 측은 계정 정지 이유로 배달원이 “군중 소요”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통보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날 밤 해외 X에는 항저우 파출소가 관할 건물 경비실에 향후 배달원과 소통할 때 폭력적인 충돌을 피하고 이성적으로 상대하라고 지시하는 내부 통지문이 퍼졌다. 통지문에는 경비원의 벌금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도 있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은 관련 검색어를 금지어로 정했다.
배달 플랫폼 서비스의 확산으로 중국에서 배달원과 건물 측의 충돌이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산둥성 칭다오에서는 신속배달 격려금을 받으려는 호주 유학생 출신 배달원이 경비원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경비원은 오토바이 출입을 막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는 주민의 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배달원과 경비원 간의 충돌에 중국 네티즌들은 배달원의 애환을 다룬 최근 흥행영화 ‘역행인생’의 포스터로 만든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을 만들어 풍자했다. 최근 흥행수익 2억 위안(382억원)을 돌파한 영화 ‘역행인생’은 갑자기 실직한 중년 남성이 음식 배달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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