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단 훈련병 유족 앞에서 "씨X" 욕한 군사경찰
[소중한 기자]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12사단 고 박태인 훈련병 사망과 관련해 군사경찰이 유족 앞에서 욕설한 사실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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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박태인 훈련병 사망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 수사대장이 수사설명회 중 유족 측의 요구에 "그럴 권한이 있나"라며 자리를 뜨고 "씨X"이라고 욕설까지 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해당 수사대장은 언쟁 과정에서 군법무관 출신인 유족 측 법률대리인의 군번까지 거론하며 "어머니(유족), 죄송한데 가보겠다. 나중에 문제 제기하실 거면 저한테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설명회 당시 녹음파일을 재생한 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육군 3광역수사단 32지구수사대장 김아무개 중령을 즉시 수사대장직에서 보직해임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아울러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군사경찰에 보강 수사를 지시하라"라며 "만약 이러한 조치가 즉시 이뤄지지 않는다면 박 총장이 꼬리 자르기로 수사 범위를 좁혀 육군 지휘부의 책임을 덜어보려 한다는 의혹은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김형남 사무국장이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12사단 고 박태인 훈련병 사망과 관련해 군사경찰이 유족 앞에서 욕설한 사실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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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녹음파일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수사대장 : (군검찰로의 사건) 기록 송부를 왜 변호사님한테 승인을 받고 해야 합니까?
강석민 변호사 : 승인이 아니고, 저희 입장에서 안 된다고 의견을 말씀드리잖아요.
수사대장 : 왜 그렇게 말씀하시죠?
강 변호사 : 아니,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리잖아요.
수사대장 : 무슨 권한으로 송부가 안 된다고 하시죠?
강 변호사 : 제가 지시를 했습니까, 명령을 했습니까?
수사대장 : 안 된다고 했잖아요?
강 변호사 : 아니, 유족 요청으로 안 된다 할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수사대장 : 목소리 높이지 마세요.
제3자 : 태도가 뭐예요 당신?
수사대장 : 당신은 지금 뭐예요? 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말을 왜 그렇게 하십니까?
강 변호사 : 아니, 맨날 (수사 기록) 송부해서 열람 등사 그거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왜 유족의 눈을 가리세요?
(중략)
수사대장 : 아니, 언성 높이지 마세요.
강 변호사 : 말씀하지 마시라고요 더 이상.
수사대장 : 왜 언성을 자꾸 높이시는 거죠? 뭘 저희가 잘못했나요?
강 변호사. 잘못한 거 없어요, 전혀? 잘못한 것 없는데, 잘한 것도 없지 않습니까.
수사대장 : 왜 지시조로 말씀하시냐고요.
강 변호사 : 아니, 안 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현한 거잖아요.
수사대장 : 아니, 그런 권한 있으신가요?
강 변호사 : 제게 지시할 권한이 어딨어요.
수사대장 : 그걸 '해라', '하지 마라' 할 권한이 있으신가요?
강 변호사 : 제게 지시할 권한이 어디 있어요.
수사대장 : 근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강 변호사 : 제가 송부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강하게 말씀드리는 거잖아요.
수사대장 : 제가 송부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나요?
강 변호사 : 하세요, 그럼.
수사대장 : 예예, 알겠습니다.
강 변호사 : 맘대로 하시라고요.
(중략)
수사대장 : 변호사님도 군생활하셨고 제가 03군번인 것도 알고 있어요. 제가 97군번인데요. 그렇게 명령조로 이야기하시고 아무 권한도 없는 이야길 그렇게 하지 마세요.
강 변호사 : 전 01군번이에요.
수사대장 : 전 97군번입니다.
강 변호사 : 아, 그래서?
수사대장 : 그래서? 왜 반말하시죠?
강 변호사 : 아니, '그래서'가 반말이에요?
수사대장 : '그래서'라고 그랬잖아요. 됐습니다. 어머니, 죄송한데 가볼게요. 나중에 문제 제기하실 거면 저한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리를 떠나며) 씨X.
▲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김형남 사무국장이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12사단 고 박태인 훈련병 사망과 관련해 군사경찰이 유족 앞에서 욕설한 사실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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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과거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져 왔다면 가해자뿐 아니라 신병교육대대 대대장, 17여단장, 12사단장 등 얼차려 실시의 관리 책임이 있는 지휘관들에게도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라며 "의료종합상황센터 문제의 경우 7월 2일에 있었던 직전 수사설명회에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해 임 소장은 "그런데 이날 군사경찰은 설명회 과정에서 사실상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해 수사가 어렵다고 이야기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고 군검찰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라며 "그래서 유족 법률대리인은 '송부해선 안 된다'며 유족의 보강 수사 희망 의사를 전했다. 그런데 32지구수사대장 김 중령은 '지시할 권한이 있냐'며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자신의 군번을 대며 법률대리인보다 군번이 앞선다는 부적절한 언행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 뒤 법률대리인은 하지도 않은 반말을 '하지 말라'며 시비를 걸다가 '나가겠다', '나중에 문제 제기는 저에게 하면 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때 '씨X'이라고 욕한 것을 유족, 법률대리인,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모두 들었다"라며 "이날 군사경찰이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유족 입장에선 도저히 수사 종결에 동의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육군이 이처럼 졸속으로 변사사건 수사를 마무리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건이 지휘 책임, 후송 문제 등으로 번져나가지 않게 막고 싶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며 여론의 관심이 낮아지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가해자 두 사람(중대장·부중대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꼬리를 자르는 것으로 정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육군 "혼잣말", 유족 "보란 듯이 비속어"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후 육군본부 공보과는 입장문을 통해 "설명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수사관계자가 혼잣말로 부적절한 언급을 하였으나 유가족 앞에서 말한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수사설명회 현장 상황 및 분위기에 대해 세부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우나 해당 수사관계자는 유족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사관계자와 법률대리인 간 언쟁이 있었던 '기록 송부'는 고인의 사건 관련 기록을 군검찰로 보내는 행정절차로 사건 수사를 최종 종결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따라서 수사단의 '기록 송부'를 '꼬리 자르기' 수사로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사단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 협조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수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유족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육군이) 언론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혼잣말'이었다고 변명을 했던데 한참 성질을 내다가 나가면서 유족과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까지 다 들을 정도로 보란 듯이 비속어를 하는 것이 혼잣말일 수 있나"라며 "유족의 의사를 전달하는 법률대리인이 '수사해줘야 할 게 더 남아 있으니 기록 송부를 아직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한 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이란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족이 된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아들 죽음의 원인을 수사하던 육군 수사단에게조차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나"라며 "장례식장에 박인수 총장님이 태인이 영정 앞에 고개 숙여 애도해 주신 그 진심을 믿고 부탁한다. 이러한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 책임자에게 똑똑히 책임을 묻고 진정성 있는 사죄와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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