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밑에서 '광복 기원' 바위글씨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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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일제의 패망과 조국의 광복을 기원하는 구한말 문인의 바위글씨(石刻)가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의 힘을 빌어 일제를 물리치고자 하는 의병의 염원을 새긴 바위글씨를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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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문인 겸 독립운동가 묵희(墨熙) 선생의 글
지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일제의 패망과 조국의 광복을 기원하는 구한말 문인의 바위글씨(石刻)가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의 힘을 빌어 일제를 물리치고자 하는 의병의 염원을 새긴 바위글씨를 지리산국립공원 천왕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글은 중국 고서 춘추(春秋)에 거론된 '대일통'(大一統)을 주제로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뒤, '일제 오랑캐'도 패망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글에는 "온갖 오랑캐가 발호하고 있으니, 어느 때나 안정될 것인가"(百(蠻)跳梁 抑何時以定耶)라며 "오랑캐를 크게 통일하여 문명이 밝게 빛나고 넓게 퍼져가는 날을 반드시 다시 볼 수 있을 것"(必復見獯戎(狄夷)大統 以(烘)燿(瀁溢)之日也)이라는 희망이 적혔다.
또 "스스로 울분과 원통함을 금치 못하고서 피를 토하고 울음을 삼키며 천왕봉에 올라 만세 천왕의 대일통을 기록한다. 아! 슬프다"(然自不勝憤怨 瀝血飮泣 陟此南嶽之天王 以(寫)万世天王之統 嘻噫 悲夫)라는 한탄이 기록됐다.
이는 392자가 폭 4.2m, 높이 1.9m 크기로 새겨졌으며, 전국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근대 이전 석각 194개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1900m대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보를 받은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4~6월 바위글씨 전문을 촬영하고 탁본과 3차원 스캔 작업으로 기초조사를 마쳤다. 이어 한학 권위자들에게 의뢰해 내용을 판독했다.
이 결과 글은 구한말 문인 묵희(墨熙 1875~1942)가 지었고, 바위에 새겨진 것은 1924년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경남 고성군 출생 묵희 선생은 경남 진주시 일대 전답을 사들여 독립군 양병을 꾀하는 한편, 상해 임시정부의 연락책으로 활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을 번역한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천왕(天王)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어 오랑캐(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한 것이 석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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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ksj08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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