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美 3년 기대인플레…9월 빅컷에 다시 힘 싣나(종합)
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3년간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역대 최저인 2.3%까지 내려앉았다.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피벗(pivot·정책 전환)이 예고된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완화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관건은 이번 주 공개될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도 이러한 관측이 그대로 확인될지다. 현재 시장에서는 침체 우려가 일부 진정되며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 전망이 다소 사그라든 상태지만, 이들 지표가 크게 둔화할 경우 다시 한번 힘이 실릴 수 있다.
3년 후 기대인플레 2.9%→2.3%…이번주 CPI 발표에 눈길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공개한 7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기 물가 전망을 가리키는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중간값)은 2.3%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6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월치 대비로도 0.6%포인트 급락했다. 함께 공개된 1년 후 인플레이션율은 3.0%, 5년 후 인플레이션율은 2.8%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이날 조사 결과는 최근 확산한 경기 침체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9월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각종 제품·서비스 가격 결정, 임금 인상 요구 등에 영향을 미치고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시장이 주시하는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다. 경제매체 CNBC는 "소비자들은 내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후 2~3년 내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더 강화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이번 주 공개되는 경제지표에 쏠린다. Fed의 9월 금리 인하 폭에 대한 보다 명확한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대인플레이션에 이어 13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PPI, 14일에는 CPI가 각각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둔화했을 경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7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3.0%, 전월 대비 0.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의 경우 전년 대비 3.2%로 직전 달(3.3%)보다 둔화할 전망이다. 아직 Fed의 물가안정 목표(2%)까진 갈 길이 멀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2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9월 빅컷 전망 50%… 소비 둔화 우려도 지속
앞서 침체 우려로 급속히 확산했던 9월 빅컷 전망은 과도한 걱정이라는 반박과 함께 다소 누그러든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Fed가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각각 50%씩 반영하고 있다. 고용쇼크 직후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빅컷 전망이 한때 80%대까지 치솟았던 것에서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이다.
이러한 진화 배경으로는 추가 공개된 고용 관련 지표를 통해 여전히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시그널이 확인됐다는 점, Fed 당국자들로부터 확인된 신중한 금리 결정 기조 등이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주 미국이 (주요 물가지표들이 공개되는) ‘인플레이션 주간’을 맞이했지만 모두가 일자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전망 모두 고용 관련 지표에 따라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금리 선물 시장에 여전히 50%가 반영됐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CPI 공개 후 빅컷 카드도 여전히 주요 옵션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이날 뉴욕 연은의 소비자 설문에서는 낙관적인 인플레이션 전망과 대조적으로, 가계 부채와 소비지출을 둘러싼 우려도 확인됐다. 향후 1년간 미국인들의 소비지출 증가폭 전망은 4.9%로 전월치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화했던 2021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향후 3개월간 최저금액조차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연체율 전망은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FX리더스는 "인플레이션 전망과 달리 가계금융과 신용접근성 등을 중심으로 다른 분야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소비 지출을 보여주는 7월 소매판매 지표 역시 이번 주 공개될 예정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인들이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 탓에 체감상 이미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느끼는 이른바 ‘바이브세션’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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