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은행의 반성과 사과, 空言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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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에요. 줄잡아 최소 10년 사이에 이런 종류의 사건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무리 상급자의 지시라고 해도 그 내용이 부당하면 본인(직원)도 징계를 피할 수 없고, 또 여러 부서가 중첩된 문제인 만큼 숨기기도 어렵거든요. 이건 내부통제(시스템) 문제라기보다는 조직문화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사건을 둔 은행권 관계자의 촌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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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에요. 줄잡아 최소 10년 사이에 이런 종류의 사건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무리 상급자의 지시라고 해도 그 내용이 부당하면 본인(직원)도 징계를 피할 수 없고, 또 여러 부서가 중첩된 문제인 만큼 숨기기도 어렵거든요. 이건 내부통제(시스템) 문제라기보다는 조직문화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적정 대출사건을 둔 은행권 관계자의 촌평이다. 남의 회사라 박한 평가를 내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약 4억5000만원에 그치던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의 대출금은 그가 행장, 회장을 거치는 동안 616억원까지 100배 넘게 불어났다. 이 중 부적정한 대출로 지목된 금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손실 규모가 최대 158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대출 건 중 다수는 임 모 본부장이 주도했다.
수법 또한 그렇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거래처 대금 지급 목적 대출과 관련해 용도 외에 유용한 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에서 차주가 지급증빙을 위해 정상적으로 발급되지 않은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했는데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또 친인척 관련 법인이 대출 시점에 이미 완전자본잠식상태였지만,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가용가액이 전무한 부동산을 담보로 잡았다며 신용도를 상향평가해 대출을 실행하기도 했다. 본부승인 절차를 건너뛰고 지점 전결로 대출을 취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우리은행과 금융당국이 수사당국에 고소·통보한 만큼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금융사고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와 '혁신'을 부르짖었음에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2022년 기업개선부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지자 우리은행은 여신관리본부를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했지만 허사였다.
현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지만 불과 두 달 전엔 김해지점에서 근무하는 대리급 직원이 대출금 170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터졌다.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사고도 그렇다. 손 전 회장이 퇴임한 지난해 3월 이후로도 올해 1월 중순까지 약 10개월간 관련 부정 대출이 이어졌다. 내부 감사를 통해 부정 대출을 확인하고 지난 4월 해당 본부장을 면직했지만 4개월이 넘도록 금융당국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당사자 고소는 지난 9일에야 이뤄졌다.
업계에선 시스템과 사람을 넘어 '기업문화' '조직문화'를 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 부실화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등장한 우리은행은 지난 20여년 간 끊임없는 계파 간 대립, 정치권 등의 외풍(外風)으로 갈등을 거듭해 왔다. CEO 선임 때마다 정·관계를 넘나드는 음해와 투서가 난무했고, 논공행상과 나눠 먹기 등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성과보다 줄서기를 잘해야 승진하니 터지는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신뢰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불과 2~3년 새 대리급 실무직원과 차장급 실무직원이 거액의 횡령 사건을 터뜨리더니 이제는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본부장급까지, 그것도 최고경영자(CEO)와 관련된 금융사고를 일으켜서다. 더 이상 남 일 얘기하듯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임 회장의 조직문화 개선 의지가 부디 공언(空言)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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