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뛰며 '소리 탐조', 새들도 박자로 말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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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순 기자]
연일 최고온도를 갱신하는 무더운 나날, 저는 제주에서 기후위기를 체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31일 낮 2시부터 제주 전역의 표층수온이 29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작년 같은 날 표층수온은 24.7도였다는데, 한 해 한 해 그 차이가 눈에 띄게 커 갑니다.
더 이상 미역이 자라지 않는 바다, 해조류가 사라지는 바다는 우리 삶과 직결됩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제주바다, 이에 대해 관심 갖고 바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앞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만나며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이번 기사는 지난 '상편'에서 이어집니다(관련 기사: "10년 만에 너무 변한 제주, 뭔가 해야할 것 같았다" https://omn.kr/29odr ).
▲ 성산읍 신양리 해안사구에서 마을 소식지에 실릴 새 사진 촬영 중인 모습(제주mbc 다큐멘터리 '공존의조건' 중 화면갈무리) |
ⓒ mbc공존의조건 |
"지금 생각해도 좀 의외였던 게 부모님은 제2공항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으신 건 아닌데, 그때도 제게 '관심 갖고 뭔가 해볼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왜냐하면 동네 청년들 다 떠났고 워낙 제가 성산을 좋아하는 걸 알고 계셨거든요. 제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성산에 남아 계시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한 1~2년만 해보고 싶은 것 해라, 이렇게 지지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 유튜브도 하고 잡지 같은 것도 만들고, 제 삶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 신문과 잡지를 만드셨군요. 어떤 잡지인지, 얼마동안 발행 됐는지요? 무엇을 다루었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처음 시작한 것은 <성산포 소도리>라는 마을신문이었어요. 마을미디어교육 마치고 발행된 거고요. 예산이 없어서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어요. 함께 여러 활동은 했지만 비용 문제로 신문을 계속 만들기는 어려웠어요.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거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고요. 그때 어떤 걸 취재하게 됐냐면 읍사무소에 국토부에서 주민설명회 같은 걸 하러 온 적이 있어요. 근데 제가 처음 보는 장면인 거예요.
제주도가 작은 사회인데 성산은 더 좁은 사회예요. 성산에서 자라면서 이모, 삼촌 손에서 길러진, 마을이 키운 아이들, 다 정말 친한 이웃들이었는데 그 장소에서는 딱 (편이) 갈려 있는 게 보였어요. 아프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멱살 잡고 끌려 나가고 그게 너무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제 시작됐구나, 갈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어요. 제2공항을 둘러한 입장 차가 각자 생겨나기 시작했고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했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속솜(조용히)하기 시작했어요. 가까웠던 친구나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제주는 특별한 역사가 있잖아요. 4.3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갈라졌잖아요. 또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가지고도 그런 경험이 있고 지금은 제2공항 문제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집안들까지도 다 갈라지고 깨지고. 그런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그리고 이후에는 또 어떤 일을 해 오셨는지요?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서 여론조사 할 때 홍보팀에서 같이 활동했고요. 이후 제주생태관광협회에서 2년 반 정도 근무했어요. 작년 12월까지요. 생태관광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것, 그리고 제주도가 생물권보전지역이라서 관련한 활동과 람사르습지도시 관련 사업을 전반적으로 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육지에 있다가 제주도로 돌아와 활동하며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누적되었던 것 같아요. 안 되겠다 싶어서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쉬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요즘은 논문 쓰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 그동안 참 많이 애썼어요. 내 몸에게 '고생했다' 이렇게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달리고 있는 건가요? 열심히 달리는 것 같던데요.
▲ 성산읍 해안사구에서 새 촬영 중인 모습 |
ⓒ mbc공존의조건 |
요즘엔 '소리 탐조'를 하고 있어요. 여름 새들이 숲에 숨어 있고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귀를 열고 달리고 있죠. 최대한 소리를 녹음해서 전문가에게 물어보며 파악하는 중이에요. 대수산봉이 제2공항 예정 부지랑 가장 가까운 오름이라 중요한 위치거든요. 불충분하더라도 올여름 그렇게 조금씩 접근해 보려고요."
새소리 들으며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깨달아요
- 요즘 대수산봉에는 어떤 새들이 많이 있나요? 달리면서, 탐조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뭐가 있는지요?
"최근에 새들 소리가 많이 줄었어요. 이유를 알고 보니까 번식기가 끝나서 그런 거래요. 이제 여름 철새는 번식이 끝나고 새끼들을 키우고 있어서 조용해진 거라고. 그래서 안심했어요. 6월 중순까지 팔색조 소리가 막 들리다가 갑자기 뚝 끊겼거든요. 장마가 와서 비 때문에 피해 버렸나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고 새끼들 이제 낳아서 키우는 시기라 조용하다는 거예요. 요즘 가면 늘 들리는 건 직박구리나 박새 소리가 가장 많고 섬휘파람새 소리, 두견이 소리가 항상 들려요."
- 새소리가 다 구분이 되어 들린다는 거예요?
"이제 관찰했던 종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하다가 또 헷갈려서 공부하고 그래요. 새들도 레퍼토리가 있대요. 한 종이 낼 수 있는 언어 같은 건데요. 그게 한 180개라는 거예요. 며칠 전 워크숍에서 들은 얘기인데 '밥은 먹었니?' '나 지금 화났어' 뭐 이런 얘기를 새들은 어떤 박자를 맞춰서 한대요. 그게 180개 정도 된다는 거죠. 그래서 헷갈릴 수가 있는 거예요. 처음에 이게 방울새 소리인가 했는데, 듣다보면 뒤에 쫄쫄쫄 하는 게 조금 달라져요. 그러면 이건 박새예요."
- 현지님이 이런 새의 소리에 대해 알기 전과 잘 알게 된 지금을 비교하면 스스로 어떻게 달라진 것 같은지요? 마음가짐의 변화 이런 게 있나요?
"마음가짐은 많은 것들이 변화한 것 같아요. 인간 중심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변화요. 우리가 흔히 인간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얘기하잖아요.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뛰면서 새소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전에는 관심 없던 것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인간의 한계라든가 우리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 새 탐조 활동하는 모습 |
ⓒ 김현지 |
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먼저 보고 그걸 감싸고 있는 자연환경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인간이 그냥 자연 안에 살고 있고 더 커다란 원래의 생태와 자연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보다 보니 제2공항 문제도 달리 보이는 것 같아요. '네이처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어요. 자연을 기반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요. 제주생태관광협회에서 일하며 알게 된 것들과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들과도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 저도 예전에 바다에서 유영하는 돌고래 떼들을 본 적 있는데요. 역시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생각했어요. 알면 알수록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생태감수성을 키우자, 생태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얘기하는데 그걸 더 구체화하는 게 '네이처 리터러시'인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주변에 권유하고 싶은 책이나 영화 하나 소개해 주세요.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이란 책이요. 작가가 어떤 섬에 가서 지내며 바다에 있는 생명들을 만나는 이야기예요. 조개나 고둥을 관찰하면서 여성의 삶과 연결 지어 수필처럼 써 내려간 글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네이처 리터러시'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삶과 연결 지어서 볼 수 있는 내용이라 그 책을 추천합니다."
- 현지님이 들려주신 '새의 레퍼토리' 이야기도 '네이처 리터러시' 이야기도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현지님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제주를 아끼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제 브런치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뉴스레터에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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