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여름밤의 드라마... Z세대의 '미션 파서블'

임훈구 2024. 8. 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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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파리올림픽이 끝났다.

시작은 마뜩잖았다 예상 금메달 수 5개, 인기 구기 종목은 예선 탈락했다.

22개 종목 144명의 선수가 참가한 선수단 숫자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진종오를 넘어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5개 딴 김우진 선수는 "금메달에 젖지 마라. 해 뜨면 마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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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33회 파리올림픽이 끝났다. 시작은 마뜩잖았다 예상 금메달 수 5개, 인기 구기 종목은 예선 탈락했다. 7시간의 시차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2개 종목 144명의 선수가 참가한 선수단 숫자는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메달 32개 종합 8위라는 순위도 대단하지만 한국 아래 독일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국가대표가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 경기는 ‘대표’라는 단어보다 ‘국가’라는 전자에 힘이 실리고, ‘스포츠’보다는 ‘경기’라는 후자에 무게가 더한다. 국민은 일시적 공동체가 돼 ‘국가의 경기’를 응원한다. 승리한 선수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키워주신 협회장님 감독님 코치님… ” 한일전이라는 타이틀만 붙으면 객관적 전력을 뛰어넘어 기어이 ‘정신승리’를 거두고 마는 선수들. “한일전이라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는 인터뷰가 계속된다. 결핍은 오버를 낳는다. 태극 ‘전사’들이 ‘숙적’ 일본을 ‘격파’하고 ‘승전보’를 전했다고 언론은 화답한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고질적 병폐지만 선수들의 답답한 인터뷰도 일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눈부신 성적을 거둔 파리올림픽은 달랐다. 비장함 대신 유쾌함, 사명감보다는 자신감으로 승리했다. 최소 선수단의 최대 성과. 나는 이 놀라운 효율성을 선수들의 언어에서 찾을 수 있었다. 권총 25m 금메달리스트 양지인 선수는 부모님께 “모르는 사람 전화도 다 받으시라. 메달 따면 기자들이 전화한다” 는 말을 남기고 출국했다. 슛오프까지 가는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양 선수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한다”며 배짱 좋게 금을 따냈다.

휘황찬란한 승리의 의미를 심플하게 만들 줄 아는 것도 승자의 미덕이다. 펜싱 2관왕 오상욱 선수는 브라질에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응수했다. “제가요? 왜요” 지구촌 여심을 찔렀다는 언론의 보도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분패’한 신유빈 선수는 ‘분루’를 삼키지 않았다. 신 선수는 “상대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훌륭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최선을 다해서 후련하다”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양궁 경기가 펼쳐진 앵발리드 광장의 BGM은 애국가였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진종오를 넘어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5개 딴 김우진 선수는 “금메달에 젖지 마라. 해 뜨면 마른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는 당돌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금메달을 땄으니 할 말은 해야겠다가 아니라 마치 할 말이 있어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보인다. 잔칫상을 엎어버린 작심 발언은 배드민턴협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협회는 수습 중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리는 그동안 인간승리로 국위를 선양한 많은 선수들을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확실히 달라 보인다. 기시감을 미시감으로 바꿔버리는 능력은 선배나 감독에게 배운 것 같지 않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평균 연령이 27세였으나 이번에 24세로 크게 낮아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 어차피 세계 짱은 나”라고 말한 공기소총 반효진 선수. 배우 톰 크루즈가 가져간 올림픽 깃발이 LA에서 나부낄 때가 되면 20세가 된다.

임훈구 편집부문 매니징에디터 keygri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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