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고 뺏기는 항암제 시장'… 글로벌 제약사 전쟁에 한국기업도 참전

이춘희 2024. 8. 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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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 파마가 항암제 시장 패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약을 들고 기존의 1위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는 제약사가 등장하고, 현재 패권을 쥔 회사는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다른 신약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성공 방정식은 항암제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AZ와 J&J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의 신 주류인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활용한 폐암 신약 개발에서도 장군멍군을 주고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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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시장 장악하면 매출 5.5배 뛰어
순차치료 이어지는 항암은 효과 더 커
폐암, '렉라자 병용' J&J에 ADC로 응수
유방암, 로슈에 '엔허투' 앞세워 패권 도전

글로벌 빅 파마가 항암제 시장 패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약을 들고 기존의 1위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는 제약사가 등장하고, 현재 패권을 쥔 회사는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다른 신약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선순환 경쟁에 한국 제약사도 동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3일 DS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 제약사가 어떤 질환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면 관련 매출은 5.5배, 제품개발 성공률은 70% 높아진다. 해당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후속 투자가 이뤄지면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성공 방정식은 항암제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한 제약사가 보유한 다양한 약물로 어떤 암에 대해 1차 치료부터 2차, 3차 치료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치료법이 확립되면 해당 암에 대한 '치료제 철옹성'이 구축되는 것이다.

'렉라자' 앞세운 J&J 도전에…ADC 개발로 응수하는 AZ

이렇게 항암제의 패자로 등극한 회사가 폐암의 아스트라제네카(AZ)다. 무기는 지난해 58억달러(약 8조원)의 매출을 올린 타그리소이다. AZ는 전 세계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자사 항암제로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자 존슨앤드존슨(J&J)이 도전장을 던졌다. J&J는 자사 폐암약 리브리반트에 유한양행의 폐암약 렉라자를 더해 타그리소보다 더 강한 약효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두 약의 병용요법은 임상시험에서 타그리소보다 더 긴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 확보에 성공했다. 무진행 생존 기간은 항암제를 투약한 환자가 추가적인 암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이다. J&J는 이 병용요법의 예상 매출로 연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오는 22일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병용요법 승인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AZ는 J&J-유한양행 연합군의 도전을 막기 위해 새로운 신약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달 파인트리테라퓨틱스에서 표적 단백질 분해(TPD) 후보물질을 인수했다. 파인트리는 유한양행 렉라자 개발에 참여했던 송호준 대표가 2019년 미국에서 창업한 바이오텍이다.

AZ와 J&J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의 신 주류인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활용한 폐암 신약 개발에서도 장군멍군을 주고받는 중이다. 여기에 우리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가 J&J와 연합군을 형성했다. 먼저 AZ가 폐암 세포에서 발현되는 Trop2 단백질을 찾아 공격하는 ADC 신약을 개발하며 장군을 불렀다. 그러자 J&J는 지난해 12월 역시 Trop2를 타격하는 ADC를 리가켐바이오로부터 최대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에 사들이면서 멍군을 불렀다.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사진제공=한국다이이찌산쿄]

한편 AZ는 유방암 시장에서는 도전자 입장이다. 최근 항암 시장에서 ADC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엔허투가 무기다. AZ가 다이이찌산쿄와 함께 개발한 엔허투는 유방암 환자의 20%에서 나타나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변이 양성 유방암에서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2030년 110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장악한 영역이었다. 로슈는 허셉틴, 퍼제타 등 이 변이에 효과를 보이는 약을 연이어 개발한 전통의 강자다. 하지만 자사의 ADC 치료제가 부작용 문제로 휘청하고 있다. 이 틈에 엔허투를 내세운 AZ에게 왕좌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화이자, 바이오엔텍, J&J 등 다른 빅 파마들도 ADC 개발사를 직접 인수하는 등 최근 이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해 춘추전국시대 같은 경쟁이 예상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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