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고 뺏기는 항암제 시장'… 글로벌 제약사 전쟁에 한국기업도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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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 파마가 항암제 시장 패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약을 들고 기존의 1위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는 제약사가 등장하고, 현재 패권을 쥔 회사는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다른 신약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성공 방정식은 항암제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AZ와 J&J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의 신 주류인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활용한 폐암 신약 개발에서도 장군멍군을 주고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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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치료 이어지는 항암은 효과 더 커
폐암, '렉라자 병용' J&J에 ADC로 응수
유방암, 로슈에 '엔허투' 앞세워 패권 도전
글로벌 빅 파마가 항암제 시장 패권을 놓고 물고 물리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약을 들고 기존의 1위 업체에 도전장을 던지는 제약사가 등장하고, 현재 패권을 쥔 회사는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다른 신약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선순환 경쟁에 한국 제약사도 동참하고 있다.
13일 DS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 제약사가 어떤 질환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면 관련 매출은 5.5배, 제품개발 성공률은 70% 높아진다. 해당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후속 투자가 이뤄지면서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성공 방정식은 항암제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한 제약사가 보유한 다양한 약물로 어떤 암에 대해 1차 치료부터 2차, 3차 치료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치료법이 확립되면 해당 암에 대한 '치료제 철옹성'이 구축되는 것이다.
'렉라자' 앞세운 J&J 도전에…ADC 개발로 응수하는 AZ
이렇게 항암제의 패자로 등극한 회사가 폐암의 아스트라제네카(AZ)다. 무기는 지난해 58억달러(약 8조원)의 매출을 올린 타그리소이다. AZ는 전 세계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자사 항암제로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자 존슨앤드존슨(J&J)이 도전장을 던졌다. J&J는 자사 폐암약 리브리반트에 유한양행의 폐암약 렉라자를 더해 타그리소보다 더 강한 약효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두 약의 병용요법은 임상시험에서 타그리소보다 더 긴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 확보에 성공했다. 무진행 생존 기간은 항암제를 투약한 환자가 추가적인 암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이다. J&J는 이 병용요법의 예상 매출로 연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오는 22일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병용요법 승인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AZ는 J&J-유한양행 연합군의 도전을 막기 위해 새로운 신약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달 파인트리테라퓨틱스에서 표적 단백질 분해(TPD) 후보물질을 인수했다. 파인트리는 유한양행 렉라자 개발에 참여했던 송호준 대표가 2019년 미국에서 창업한 바이오텍이다.
AZ와 J&J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의 신 주류인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활용한 폐암 신약 개발에서도 장군멍군을 주고받는 중이다. 여기에 우리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가 J&J와 연합군을 형성했다. 먼저 AZ가 폐암 세포에서 발현되는 Trop2 단백질을 찾아 공격하는 ADC 신약을 개발하며 장군을 불렀다. 그러자 J&J는 지난해 12월 역시 Trop2를 타격하는 ADC를 리가켐바이오로부터 최대 17억달러(약 2조원) 규모에 사들이면서 멍군을 불렀다.
한편 AZ는 유방암 시장에서는 도전자 입장이다. 최근 항암 시장에서 ADC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엔허투가 무기다. AZ가 다이이찌산쿄와 함께 개발한 엔허투는 유방암 환자의 20%에서 나타나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변이 양성 유방암에서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2030년 110억달러(약 15조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장악한 영역이었다. 로슈는 허셉틴, 퍼제타 등 이 변이에 효과를 보이는 약을 연이어 개발한 전통의 강자다. 하지만 자사의 ADC 치료제가 부작용 문제로 휘청하고 있다. 이 틈에 엔허투를 내세운 AZ에게 왕좌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화이자, 바이오엔텍, J&J 등 다른 빅 파마들도 ADC 개발사를 직접 인수하는 등 최근 이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해 춘추전국시대 같은 경쟁이 예상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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