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카운터테너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제가 평소 잘하는 곡들과 함께 카운터테너로서 다양한 장르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레퍼토리들로 음반을 구성했어요.”
세계 정상급 카운터테너 이동규(46)가 18년 만의 솔로 앨범 ‘드림 퀼터’(Dream Quilter)를 내놓았다. 카운터테너는 남성 최고음 음역인 테너를 넘어 여성 음역대에 해당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남성 성악가다. ‘꿈을 누비는 자’라는 뜻의 이번 앨범은 비발디의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슈베르트의 ‘마왕’, 비제의 ‘하바네라’, 쿠르트 바일의 ‘저도 여기가 처음이랍니다’ 등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12곡을 망라했다. 2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도 연다.
12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이동규는 “카운터테너는 대체로 바로크 음악과 현대음악 분야에서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그동안 해오던 역할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면서 “오페라에서 ‘바지 역할’로 불리는 남자 역할을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반대로 카운터테너가 여자 역할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그가 오페라나 콘서트 실황이 아닌 솔로 앨범으로 2006년 ‘리플렉션’ 이후 내놓은 이번 앨범은 세계적인 메이저 음반사 워너클래식의 에라토 레이블로 발매된다.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이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했다. 한국인으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유일하게 이 레이블을 통해 10여 장의 앨범을 내놨다. 이동규는 “어릴 때 에라토 레이블의 앨범을 수집하면서 조수미 선생님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여기서 음반을 발매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는데, 마침내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규가 성악가가 된 데는 흥미롭게도 조기 유학을 갔던 캐나다에서 대학입시를 앞두고 영화 ‘파리넬리’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독학을 통해 고음 발성을 익힌 그는 밴쿠버 음악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성악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조수미가 우승했던 스페인 비냐스 콩쿠르에서 2006년 우승하는 등 다양한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등 주요 오페라극장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다만 국내 오페라계가 베르디와 푸치니로 대표되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를 주로 무대에 올리다 보니 바로크 및 현대 오페라에 출연하는 그의 활약이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에 머물던 그는 2023년 JTBC의 ‘팬텀싱어4’에서 ‘포르테나’의 멤버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됐다.
“팬텀싱어는 성악을 전공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방송 시스템과 음악 비즈니스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요. 무엇보다 팬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더 많은 팬을 클래식 음악으로 오게끔 만들겠다는 꿈을 새롭게 얻었어요.”
카운터테너는 진성이 아닌 가성으로 부르기 때문에 다른 성악 파트에 비해 수명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오페라계에서는 이동규의 팬텀싱어 출연이 에너지 소모가 큰 오페라 출연을 줄이고 콘서트 중심으로 커리어를 전환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카운터테너의 목소리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저도 들은 적 있어요. 제 경우엔 30대 중반 노래를 그만둘지 고민할 정도로 목이 좋지 않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몸과 근육 상태가 예전과 달라진 탓이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30분씩 연습하며 성대를 강하게 하는 기초 훈련을 다시 시작해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팬텀싱어를 하면서도 ‘어린 애들보다 내 성대가 낫다’고 느꼈어요. 하하.”
이번 앨범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꿈이 많다. 성악가로서 아직도 출연하고 싶은 오페라도 많을 뿐만 아니라 기회가 되면 오페라 연출에도 나서고 싶단다. 실제로 해외 오페라 페스티벌의 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 조연출 역할을 맡은 경험도 있다. 그는 “다양한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연출 공부를 틈틈이 했지만,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리 코스키 등 제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고 친한 연출가에게 부탁해 조연출을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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