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우리 지역에도 달라" 수도권 10여곳 치열한 유치전
# 경기 성남시 중원구청 인근 도로엔 ‘성남시 과학고 유치 적극 응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시민단체인 성남시민포럼이 지난달 말 건 것이다. 이 단체는 이곳 말고도 분당구청, 수정구청 등 번화가 8곳에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이경식 성남시민포럼 대표는 “성남은 판교 테크노밸리 등 산업 인프라가 조성된 과학 인재 양성의 최적지”라며 “주민들의 과학고 유치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 지난달 3일 부천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선 ‘부천고 과학고 전환 추진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 등은 물론 과학고 전환 대상 학교인 부천고 동문회 등까지 대거 참여한 민간 주도 협의체다. 부천시 관계자는 “신설이 아닌 과학중점고등학교로 운영 중인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것이라 설립 예산 등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학생 인구 가장 많은 경기도…과학고는 1곳
경기도 곳곳이 과학고 추가 설립으로 들썩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4월 경기형 과학고 구축 프로젝트가 포함된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수학·과학교육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임태희 경기교육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경기지역 학생 인구 비례를 고려해 (과학고가) 경기도 북부·서부·남부·동부·중앙에 1개씩 5개는 있어야 한다”며 과학고 3~4개 신설론에 불을 지폈다.
경기도는 지난 2010년 수원시에 있는 경기과학고가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면서 현재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한 과학고다. 과학고는 도 단위로 학생 모집이 이뤄지기 때문에 올해 경기북과학고의 입학 경쟁률은 10.38대 1이었다. 전국 20개 과학고 평균 경쟁률(3.83대 1)보다 2.7배 높았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맞춤형 교육 확대를 위해 과학고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은 진행 중인 과학고 신규 지정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달 중 과학고 추가 설치를 위한 세부 공모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기 지자체 10곳 “과학고 우리 지역으로” 유치 경쟁
공모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고양·용인·화성·성남·부천·평택·시흥·광명·안산·이천 등 10곳이 지역 강점을 내세우며 과학고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각 지자체는 전담팀을 꾸리고 지역교육청과 과학고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용인·화성·성남·평택시 등은 국회의원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7일엔 개혁신당 이준석(화성시을)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달 22일엔 국민의힘 김은혜(성남분당을) 의원이 한국잡월드 한울 강당에서 ‘과학고 유치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달 18일엔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용인시정) 의원, 지난 6월 22일엔 같은 당 김현정(평택시병) 의원이 국회에서 비슷한 토론회를 열었다. 과학고 유치는 이들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한 지역 교육계 인사는 “과학고 유치가 지역 인지도 상승이나 교육 환경 개선 등 개발 호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고, 교육 불평등 부추겨” 반대 의견도
일각에선 과학고 추가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를 비롯한 도내 70여개 교육·시민단체로 이뤄진 특권교육저지경기공대위는 지난달 23일 도교육청 광교 청사 앞에서 ‘과학고 신설·확대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학고가 차별과 불평등 교육을 심화하고, 사교육을 증폭시킴은 물론 학생들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일반고를 황폐화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교육을 특정 계층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경쟁지상주의 교육풍토가 더 굳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경기도의원들도 “학부모와 아이들의 행복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과학고 추가 설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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