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어, 그냥 점이거나 습진인 줄 알았는데… 피부암이라니

민태원 2024. 8. 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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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피부암 환자 급증
야외활동 증가 자외선 노출 등 영향
최근 20년간 피부암 환자 6.9배 늘어
상피내흑색종 등 생소한 암종 증가세
초기 피부암 보웬병은 40.7배 급증
피부 무관심 고령층 특히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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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65)는 3~4년 전부터 오른쪽 배에 생긴 동전 크기의 붉은 반점을 발견했다. 반점의 경계가 명확했고 지속해서 각질이 일어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A씨는 “처음엔 습진인 줄 알고 없어지겠거니 했다. 피부과에서도 만성 습진 연고를 줬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이 점점 커지자 걱정이 돼 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 결과 A씨의 진단명은 이름도 생소한 ‘보웬병’. 초기 피부암의 한 유형으로, 수술이나 냉동 치료 등으로 제거하면 더 진행하거나 재발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안도했다.

피부암은 서양인에게 흔하고 동양인에게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권순효 교수팀이 1999~2019년 중앙암등록통계를 살펴본 결과 국내에서 20년간 피부암 환자가 6.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명의 상승과 함께 캠핑·등산·골프 등 야외 활동의 증가, 인공 태닝 선호 등으로 자외선 노출이 많아진 탓이 크다고 분석한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이름 생소한 피부암 증가세

유형별로는 전체 발생 순위 1위인 기저세포암이 8배, 2위인 편평상피암은 5.4배, 4위인 악성 흑색종은 3.1배 늘었다. 권 교수는 12일 “기존 피부암 연구는 3가지 대표적 유형 중심으로 많이 이뤄졌지만, 국내 발생 피부암 전체에 대해 장기간 발생 추이를 살펴본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에서 확인된 피부암은 모두 18종이다. 특히 앞서 A씨가 앓은 보웬병과 상피내흑색종, 융기피부섬유육종, 혈관육종 등 일반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암종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보웬병은 전체 발생자 수는 3위에 해당했지만 증가폭은 20년간 40.7배로 가장 컸다. 이 질환은 편평상피암의 전 단계로, 초기 피부암에 해당한다. ‘광선각화증(표피 제일 밑층에 이상세포 형성된 전암 단계)’과 함께 암이 표피 내에 머무는 ‘제자리 편평상피암’의 변형으로 분류된다. 편평상피암이 햇빛 노출이 많은 얼굴이나 목에 주로 발생하는 것과 달리, 보웬병은 특이하게 배 같은 몸통이나 팔·다리에도 생긴다.

권 교수는 “보웬병이 실질적으로 증가했거나 피부암 홍보가 많이 이뤄지면서 편평상피암이 되기 전 단계에서 조기 진단되는 비율이 높아졌을 측면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서서히 커지는 붉은 반점과 때론 비늘(각질)이 동반된다. 간혹 만성 습진으로 오인돼 습진 치료를 오래 받는 경우도 많다. 치료는 잘 되는 편으로 전신 진행 확률은 낮다. 권 교수는 “습진은 얼굴 등 여러 군데 나타나고 가려움을 동반하는 반면 보웬병은 한 개의 반점에서 시작하고 가려움증도 없다”고 했다.

상피내흑색종은 악성 흑색종의 초기 단계, 즉 제자리암에 해당한다. 피부 표피에 산재해 있는 멜라닌세포가 암으로 변한다. 지난 20년간 발생이 약 28배 늘었다. 암이 표피를 넘어 진피를 침범하면 위험한 악성 흑색종이 된다. 상피내흑색종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다. 하지만 악성 흑색종으로 진행하면 5년 생존율은 63.9%(2015~2019년)로 뚝 떨어진다.

융기피부섬유육종이나 카포시 육종, 혈관육종 등은 흔치는 않지만 조기 발견을 위해 세심한 피부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머리나 목 부위에 자색 반점 형태로 나타나는 혈관육종은 5년 생존율이 24.7%로 피부암 중 가장 낮다.

고령층 피부암 키워오는 경우 많아

흔한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상피암은 5년 생존율이 89~103%로 높다. 기저세포암은 주변을 침범하지만 전이는 드물다. 초기 증상은 약간 볼록하게 나온 검은색이나 흑갈색의 작은 혹이다. 그래서 점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 가려움 등의 증상은 없다. 85%가 햇빛 노출 부위인 머리와 얼굴에 발생한다. 햇빛에 안 타는 하얀 피부, 소아기에 주근깨가 있던 사람, 피부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자외선이 환경 요소로 작용해 기저세포암 발생 위험이 크다. 화상이나 외상 흉터, 방사선 조사로 손상된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다.

편평상피암도 보통 작고 단단한 결절(돌출된 병변)로 시작된다. 사마귀 모양, 궤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대개 만졌을 때 단단하게 느껴진다. 기저세포암과 마찬가지로 얼굴, 특히 코·눈·입술 주변에 흔히 발생한다. 권 교수는 “연구에 의하면 대기의 오존층이 1% 감소함에 따라 편평상피암 발생 빈도가 2%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인 사람유두종 바이러스(HPV)의 피부 접촉 감염이 편평상피암 발생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악성 흑색종 역시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 자각 증상이 거의 없으며 평범한 검은 반점으로 보인다. 서구에선 자외선 손상에 의한 ‘표재확산흑색종(암이 옆으로 퍼짐)’이 가장 많지만 국내에선 손가락이나 발바닥, 손·발톱에 생기는 ‘말단 흑색종’이 70~80%를 차지한다.

보통 점과 악성 흑색종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ABCDE 원칙’을 활용할 수 있다. A(Asymmetry)는 점 모양이 비대칭, B(Borders)는 점 경계부가 불규칙하고 구불구불함, C(Color)는 다양한 색깔(검은색 회색 청색 등)이 한 점에 섞여 있음. D(Diameter)는 점의 지름이 6㎜ 이상으로 커짐, E(Evolution)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의 모양이 변함을 뜻한다. 특히 손·발톱 아래 흑갈색 색소가 짙어지거나 다양한 색조가 나타나고 손·발톱을 벗어나 주변 피부로 진행되면 악성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다.

권 교수는 “예전엔 악성 흑색종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엔 1년에 7~8명이 찾는다. 특히 고령층은 피부에 관심이 없고 당장 불편하지 않아 암을 키워오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님 얼굴에서 이상한 점, 잘 낫지 않는 상처가 보이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손·발에서 비슷한 증상이 보이면 피부과를 찾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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