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목! 만만하게 봤다가 온갖 질병 부른다

2024. 8. 1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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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박사의 젊은 노인 의학 <19>


‘거북목’은 현대인의 병이다. 건널목을 건너거나 계단을 내려올 때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적잖다. 이 동작이 반복되면 경추의 균형이 앞으로 쏠리는 거북목 증상이 생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25세 이상 성인 중 절반 이상이 12.5도 정도 휜 거북목이다. 머리 무게가 5㎏ 정도인데 앞으로 12.5도가 쏠리면 머리의 하중은 10㎏이 된다.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 쏠리는 25도 각도에선 하중이 20㎏이나 된다. 앉아서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자세는 40도 이상 고개가 숙어지는데 이때 머리 하중은 30㎏ 이상이다.

경추는 일곱 마디로 구성돼 있는데 머리와 1번 경추 사이에선 주로 끄덕이는 운동을 담당한다. 1~2번 경추 사이는 목을 좌우로 돌리는 운동을 맡는다. 2~7번 경추는 주로 굴신운동(구부렸다 폈다 하는 운동)과 목을 좌우로 돌리는 운동, 목을 360도 돌리는 운동을 담당한다. 이 경추들의 균형이 깨지면 일자목과 거북목이 생긴다.

경추를 감싸는 목 주변 근육은 대단히 섬세하지만 증가한 하중을 버티기에는 그리 든든하지 못하다. 증가한 머리 하중이 근육에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이면 가장 먼저 목의 염좌와 긴장으로 나타난다. 그다음은 목 디스크와 경추 협착증, 목의 마디가 붙은 후종 인대 골화증으로 이어진다. 이 질환이 심해지면 경추부 척수병증으로 악화한다.

노인이 가장 염려하는 질환은 치매나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뇌 질환이다. 뇌 질환에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역시 혈류의 공급이다. 뇌에 혈류 공급을 방해하는 근골격계 질환과 거북목은 특히 연관돼 있다. 거북목 자세가 만성화된 노인은 뇌 신경과 경동맥이 눌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뇌로 가는 혈류량이 방해를 받아 뇌세포 손상이 일어나면 치매나 뇌경색 같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거북목이 노인만의 질환이라고 할 순 없지만 뇌 질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거북목 질환은 계속 통증을 유발해 눕는 것 외의 모든 일상을 괴롭히므로 주의해야 한다.

젊은이의 경우 자세만 바꿔도 증세가 좋아지고 치료도 간단하며 빠르게 회복한다. 하지만 만성화된 노인의 경우는 경추의 부정렬 상태가 굳어져 있고 주변 소관절이 손상돼 자세 교정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 거북목은 근육 손상뿐 아니라 근막 긴장을 일으키고 등이 일자가 되거나 앞으로 쏠리는 ‘편평등 증후군’을 가져온다. 경추 질환이 흉추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건 거북목 예방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가슴을 앞으로 웅크리고 다소곳한 자세는 거북목의 원인이 된다. 가장 좋은 자세는 신입 사관생도처럼 양쪽 어깨를 활짝 펴고 목을 곧게 세우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이 자세를 반복해 목을 바로 세우면 점점 자연스럽고 훨씬 보기 좋은 구조로 몸이 바뀐다.

목이 앞으로 조금 숙여진 자세 하나로 수많은 질환이 유발된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동시에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준다. 목의 자세만 바로잡아도 수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거북목 진단을 받았다면 스스로 할 일이 있다. ‘사관생도 자세’를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자주 거울을 보며 옆모습을 확인하고 교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로부터 자세 피드백도 계속 받는 게 좋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엑스레이를 찍고 디스크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거북목이 2차 질환을 유발하지 않도록 주사와 물리치료, 약물 및 운동과 신경차단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루 대부분을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보내는 현대인은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잃었다. 헬라어 단어 중 ‘안드로포스’는 ‘사람’과 ‘얼굴’의 합성어다.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의 의미가 우리 인체에 가장 정확한 해법이다. 몸이 굽을 수록 동물 형상에 가까워지고 펴질수록 사람 형상이 된다. 하늘을 바라봐야 거북목과 새우등이 펴진다. 굽은 마음과 주름 잡힌 우리 인생까지 펴진다.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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