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재 목사의 후한 선물] 붙으면 회개하고 떨어지면 감사하자

2024. 8. 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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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 교회의 고등부에서 3학년 교사로 섬길 때였다. 해가 바뀌면 아이들은 청년부로 진급하는데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은 청년부에 잘 적응했지만 대학에 떨어진 아이들은 그러질 못했다. 방황하던 재수생들을 보다 못해 두셋을 데리고 큐티 나눔을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아이들이 몰려왔다. 30명이 넘었다. 재수생만 아니라 고등학생, 대학생도 있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한 절 한 절 큐티하는 것을 가르쳐줬다.

그때 아이들에게 강조한 메시지 중 하나는 “붙으면 회개하고 떨어지면 감사하자”였다. 줄여서 ‘붙회떨감’이다. “(대학에) 붙는 건 좋은 일이니 감사하고 떨어지는 건 나쁜 일이니 회개해야 할 텐데, 이게 무슨 엉뚱한 말인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이 문구는 지금도 우리들교회에서 해마다 수능일 저녁에 열리는 기도회 구호로 사용된다. 이른바 ‘붙회떨감 수능 기도회’다. 이처럼 왜 (대학에 붙으면) 회개하고 떨어지면 감사해야 할까.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 중 에베소교회는 너무 멋있어 보인다. 바울이 개척했고 요한이 마지막 담임목사였던 아시아의 중심 교회였다. 아볼로 같은 대단한 지도자들이 거쳐 갔다. 그런데 에베소교회는 자랑할 게 너무 많으니 자기 사랑에 빠졌다. 주님을 향한 첫사랑을 잃어버렸다.(계 2:4)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크게 자랑할 일로 여겨진다. 한 성도가 명절에 시댁을 갔다가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5년 동안 시댁에 코빼기도 안 보이던 아래 동서가 갑자기 와서는 “우리 애가 Y대 의대를 붙었지 뭐예요”라며 자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화가 난 것은 시댁 식구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그 한마디를 듣고는 그동안 시댁을 외면했던 잘못을 다 이해해주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합격을 좋아한다. 그러니 ‘우리나라 엄마들은 자녀 합격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까지 있다.

물론 합격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이 문제다. 합격한 자신을 높이며 어느새 마음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영광스럽게 되니 하나님의 영광을 찾지 않는다. 결국 주님을 향한 첫사랑을 잃어버리고 믿음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성도는 붙으면 오히려 욕심과 교만을 회개해야 한다.

에베소교회와 달리 서머나교회는 세상적으로 자랑할 게 없었다. 오히려 환난과 궁핍 중에 있었다.(계 2:10) 게다가 그들 앞엔 장차 받을 고난도 있었다. 하지만 서머나교회는 이 고난을 통과하며 믿음을 지켰다. 폴리카르포스 같은 순교자도 나왔다.

불합격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고난을 겪으며 인생의 소망이 자신에게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하나님께 구하는 것과 하나님이 내게 주고 싶으신 것이 다름을 알게 된다. 합격이 내 인생을 구해줄 수 없고 불합격이 내 인생을 망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오직 주님만이 구원이심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성도에겐 떨어지는 사건도 복이 된다.

외국어고등학교 입시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학생이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하나님, 늘 듣던 말씀처럼 떨어져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기회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공부 못하는 친구들을 무시했던 죄를 회개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처럼 떨어진 친구들을 체휼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제 나태함을 인정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매일 아침 큐티에 매달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제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를 위로해주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런 감사 고백을 기쁘게 받으시는 하나님은 이 아이의 인생을 책임지실 것이다.

다음 달부터 2025학년도 대입 시즌이 시작된다. 우리의 모든 자녀가 시험 앞에서 떨지 않고 준비한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길 축복한다. 가장 두렵고 외로운 시간을 통과하는 아이들에게 주님이 힘주시길 기도한다. 그리고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붙으면 회개하고 떨어지면 감사하자.” 주님만이 우리 인생의 참된 상급이시기 때문이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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