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조폭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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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 서울 암흑가를 주름잡던 김두한(종로) 이정재(동대문) 이화룡(명동)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의 시대는 1961년 5·16 쿠데타를 계기로 막을 내렸다.
군사정부의 깡패 소탕에 이정재는 교수형을 당했고, 이화룡과 시라소니는 주먹계를 떠났다(김두한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이화룡의 행동대장이던 신상현이 '신상사파'를 결성해 힘의 공백을 메우면서 조폭의 시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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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후 서울 암흑가를 주름잡던 김두한(종로) 이정재(동대문) 이화룡(명동)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의 시대는 1961년 5·16 쿠데타를 계기로 막을 내렸다. 군사정부의 깡패 소탕에 이정재는 교수형을 당했고, 이화룡과 시라소니는 주먹계를 떠났다(김두한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이화룡의 행동대장이던 신상현이 ‘신상사파’를 결성해 힘의 공백을 메우면서 조폭의 시대가 시작됐다. 김두한의 후계자 조일환, 이정재의 뒤를 이은 유지광 등이 세력을 형성했지만, 조폭의 계보를 그린 것은 1970년대 상경한 호남 주먹들이다. 조양은(양은이파) 김태촌(서방파) 이동재(OB파)가 차례로 올라와 신상사파를 공격하거나(조양은의 사보이호텔 사건), 서로 피의 대결을 벌이며(김태촌과 조양은의 이른바 ‘3년 전쟁’) 세력을 키워 ‘3대 패밀리’로 불렸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에 전국적 조직이 와해되고, 경제성장과 함께 조폭의 행태도 변화하면서(유흥조폭→건설조폭→금융조폭) 이후 대중에 각인된 두목은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유명세로 치자면 신상현 조양은 김태촌 이동재와 이강환(영화 ‘친구’로 알려진 부산 칠성파 두목) 정도가 한국 조폭을 대표하는 이름일 것이다. 이 다섯 중 셋이 세상을 떠났다. 2013년 김태촌(당시 64세)과 지난해 이강환(당시 80세)의 장례식에 그 업계(?) 사람들이 대략 2000명씩 조문했고, 지난 주말 사망한 신상현(92)의 빈소에도 그 정도 몰렸다. 1세대 원로 조폭의 장례여서인지 조문객 중 노인이 많았는데, “끝까지 건달답게 가셨다” “이 시대 마지막 협객이 떠났다” “돈과 쾌락만 좇는 요즘 MZ조폭과 달랐다”면서 조폭계의 ‘라떼는’을 말하곤 했다고 한다.
2010년 대만에서 ‘암흑가의 중재자’라 불리던 조폭 두목이 사망하자 벤츠 108대를 동원한 장례행렬이 거리를 덮었던 것처럼, 신상현의 마지막 길에 ‘블랙 세단 100대’를 동원하려 했다는데, 어둠의 세계를 살아온 이들이 허무한 말로를 애써 치장하고 싶어 하는 듯해 왠지 안 돼 보인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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