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깨어짐 그 이후
높고 숭고한 목적 갖고 계셔
깨어짐은 자기 중심적 생활 대신
그분만 의지토록 가르치는 과정
목회하다 넘어져도 회복 통해
다시 사역할 기회 주는 것 필요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두 개를 따낸 탁구 국가대표 선수 신유빈은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손목 부상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얘기했다. 골절 진단을 받고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도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라켓도 쥐기 힘들었던 시절 남들이 탁구하는 거 보는 게 고통스러웠고 매일 울었다고 한다.
그래도 1년간을 웨이트 트레이닝하며 몸을 단련했는데 ‘만약 손목이 나았는데 그때부터 준비하면 늦으니까, 다 나았을 때 ‘준비 땅’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 꺼진 체육관을 청소하면서 BTS의 ‘Magic Shop’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
이 가사를 들으면서 ‘이 고통을 다 이겨내면 다른 세상이 열릴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다섯 살 때부터 탁구를 잘해 탁구 신동으로 불렸던 스무 살의 ‘삐약이’ 신유빈은 그렇게 단단해졌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고난을 겪는다. 고난 앞에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힘든 속에서도 지금의 고통이 앞으로 살아나갈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힘을 내고 용기를 낸다.
최근 국민일보가 발간한 ‘브로큰니스’의 저자 론 솔로몬 목사는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고통에 대해 높고 숭고한 목적을 갖고 계신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돌발적 상황도, 우연의 일치도, 운명의 장난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북버지니아의 매클린 바이블 처치를 개척하고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그는 대형 교회 목회자로서 존경받고 아내와 세 아들을 둔 가정의 가장으로 행복을 누리던 중 심한 장애를 가진 딸을 낳게 되면서 심한 좌절과 함께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음을 고백했다. 딸이 태어난 지 3개월 후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하고 수많은 의사들을 만나고 가능한 모든 종류의 약을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수천 번의 발작으로 뇌가 손상되면서 딸은 말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배변 훈련도 어렵고 스스로 옷도 입지 못한다고 한다.
12년간 딸의 고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면서 그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일까, 하나님이 나를 벌하실 만큼 심각한 죄를 지었는가 질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딸의 장애는 자신을 장애우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데 있어 깊은 통찰력을 가진 목회자가 되도록 했고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자신을 결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증언한다. 이제는 하나님이 그를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 깨뜨리셨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솔로몬 목사는 깨어짐은 하나님이 우리의 자기 중심적 생활을 쫓아내고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그분만을 의지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깨어짐은 저주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절실한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모세나 이사야 선지자, 사도 바울 등 성경 속 인물들이 하나님에 의해 깨뜨림을 당한 후 하나님의 놀라운 권능을 보여줬다고 저자는 말한다.
목회자들도 인간인지라 실수하고 넘어진다. 올 들어 한국 교계를 강타한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 사건들이 있었다. 시시비비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아야 할 목회자들인지라 소문만으로도 충격은 컸다. 안타깝다.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범인(凡人)들을 위로해야 할 목회자들의 아픔과 고통은 누가 어루만져줄까.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주의 종을 깨뜨리시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사 43:2) 지옥의 계곡을 건너고 있는 듯한 그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 아닐까 싶다.
“목회하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넘어진 것만 보고 매장하는데 미국은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실수한 목회자가 다시 일어서고 사역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도 재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실수한 목회자가 회복 절차를 거치면 공동체가 다시 사역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으면 한다.” 지난달 국민일보 자문위원회에서 최병락 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의 제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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