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리 올림픽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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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17일간 정치 걱정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국민들은 행복했다.
MZ세대 선수들은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금 13개, 은 9개, 동 10개 합계 32개 메달로 종합순위 8위에 올라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굳이 비교하자면 1988 서울올림픽은 160개국 선수 8400여명이 입장한 후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에 맞춰 함께 춤추고 어울리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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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17일간 정치 걱정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국민들은 행복했다. MZ세대 선수들은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금 13개, 은 9개, 동 10개 합계 32개 메달로 종합순위 8위에 올라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공정하게 선발된 젊은 선수들의 당당한 모습과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여유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펜싱 오상욱 선수는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할 수 있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센강을 따라 선수단이 배로 입장한 개회식은 프랑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으나 206개국 1만560명의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우정을 나누는 장이 없었던 건 아쉬웠다.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스포츠를 통해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해 우정, 연대의 정신을 가지고 평화로운 세계 실현에 공헌하자”는 올림픽 정신이 퇴색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1988 서울올림픽은 160개국 선수 8400여명이 입장한 후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에 맞춰 함께 춤추고 어울리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한국전쟁 참전국이자 문화대국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열기구 성화대, 골든 보이저 귀환 등 신선하고 아름다운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걸 축하한다. 그러나 개막식에서 최후의 만찬이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처형을 패러디한 장면은 종교와 타국인을 존중하는 자세가 부족해 보였다.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중계방송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사과했으나 대한올림픽위원회(KOC)나 한국대사관이 사전에 점검하지 않은 건 실책으로 보인다.
친환경 올림픽을 한다면서 골판지 침대를 제공하고 35도 폭염에 에어컨도 없고 채식 위주 식단을 운영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손님 접대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나라 일부 종목 선수단이 고급호텔로 숙소를 옮긴 것도 잘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 선수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한 셈이 됐다. 고급호텔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선수와 폭염에 골판지 침대에서 자며 부실한 음식을 먹은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건 페어플레이 정신에 반하는 게 아닌가. 또 수질 정화사업을 했다면서 센강에서 경기를 펼쳐 선수가 구토했다는 기사도 봤다. 성평등·친환경 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손님 접대는 소홀히 해 ‘고상한 척(snobbish)하는 프랑스’라는 인상을 받은 외국인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접대하는 동양의 문화를 배워보면 어떨까.
아울러 양궁(현대차) 사격(한화그룹) 펜싱(SKT) 등 기업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거둔 성과를 목격했다. 코리아하우스를 운영해 K콘텐츠를 널리 알린 문화체육관광부에도 박수를 보낸다. 한여름 찜통더위를 날려주고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준 선수단의 쾌거를 보면서 이참에 예술·체육 요원의 병역특례를 폐지하겠다는 병무청의 정책 변화도 기대해 본다.
신현웅 전 문화체육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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