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짜뉴스 유통과 플랫폼의 책임

2024. 8. 1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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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아동 살해 사건을 둘러싼 가짜뉴스 확산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이에 따라 가짜뉴스 유통의 주요 경로인 플랫폼에 실효성 있는 책임을 어떻게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이 정보의 단순 제공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 이를 강제할 제도적 방안이 미흡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움직임은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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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아동 살해 사건을 둘러싼 가짜뉴스 확산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범인의 신원이 공개된 후에도 플랫폼에서는 무슬림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가짜뉴스가 계속 유통됐고, 이는 실제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플랫폼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부분이다. 진범의 신원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범죄를 검색하면 가짜뉴스에 등장한 무슬림이 추천 검색어로 나왔다. 심지어 인기 콘텐츠로 가짜뉴스가 포함된 글을 추천하기도 했다. 플랫폼이 가짜뉴스 유통을 방치하거나 확산시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다.

플랫폼이 가짜뉴스 유통을 실효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는 알고리즘에 있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콘텐츠를 보여주지만, 그 내용이 사실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이용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정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큰 가짜뉴스가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가짜뉴스는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해 광고 수익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의도치 않게 플랫폼에게 가짜뉴스는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좋은 마케팅 도구인 셈이다.

물론 플랫폼도 가짜뉴스 유통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를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팩트체크 기구와 협력해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자율규제 기반 대응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짜뉴스 유통의 주요 경로인 플랫폼에 실효성 있는 책임을 어떻게 부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주요국을 중심으로 플랫폼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에 모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을 제정하고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19개 대형 플랫폼에 가짜뉴스 유통 방지 의무를 부과하면서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프랑스는 ‘정보조작대처법’을 제정하면서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 정당, 시민단체들이 플랫폼에서 유포된 가짜뉴스에 대해 판사의 개입을 요구하면 판사가 48시간 이내에 조처를 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도 이번 폭력 시위를 계기로 내년에 발효되는 ‘온라인안전법’을 재개정해 정부에 가짜뉴스를 제한할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플랫폼이 정보의 단순 제공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 이를 강제할 제도적 방안이 미흡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움직임은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플랫폼을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미디어로 봐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다. 가짜뉴스로 인한 이익은 플랫폼이 가져가지만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감당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온라인 시대의 어두운 그늘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따라서 갈등과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를 플랫폼의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가짜뉴스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관련 조치를 지속하도록 사회적 관심과 감시가 수반돼야 한다. 플랫폼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야말로 가짜뉴스의 폐해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방패가 될 것이다.

김세환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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