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쪽짜리 광복절 행사는 안 된다

2024. 8. 1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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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자신이 뉴라이트 성향이라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립기념관장 인선, 불필요한 갈등 유발


불만 있어도 경축식은 대승적 참석 해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 때문에 광복절 경축식이 두 쪽이 날 위기를 맞았다.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인 광복회가 정부 행사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별도의 기념식을 열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도 어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김 관장 임명을 문제삼는 것은 그가 친일적 주장을 편 뉴라이트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김 관장은 지난해 연말 한 행사에서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광복된 게 아니라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 광복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2022년 저서에선 “이승만과 김구를 모두 건국의 아버지로 둬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 “안익태를 항일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등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런 의견이 일부 항일 독립투사들의 후예나 진보 진영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친일로 매도할 성격은 아니다. 학문적 범위에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광복회는 김 관장 임명이 건국절 제정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관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건국절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고 거듭 해명했다.

다만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장의 최적임자였는지는 의문이다. 독립기념관장이 정권의 핵심적 자리도 아닐뿐더러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과의 마찰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이 인선을 밀어붙였다. 굳이 현 시점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마치 지난해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연상시킨다.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윤 대통령은 반대 측 인사 설득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광복절 경축식이 두 쪽이 나는 불행한 사태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광복회도 경축식 불참을 재고해 달라. 그동안 독립기념관장은 독립유공자 유족이 맡아 왔던 관례가 깨진 것 때문에 이종찬 광복회장이 반발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복절 경축식은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다짐하는 중요한 행사다. 인선 불만과는 별도로 경축식 참석은 대승적으로 생각하는 게 국가 원로다운 처신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은 기다렸다는 듯 정부를 향해 친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기회에 반일몰이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라면 얄팍한 계산이다. 반면에 개혁신당은 “인사의 부적절성과는 별개로 광복과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의미에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다”며 민주당 등에 행사 보이콧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혁신당의 성숙한 목소리가 울림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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