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전기차 포비아’…불안 잠재울 대책 서둘러야

2024. 8. 1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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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천 청라지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차량의 모습. 연합뉴스


3년간 전기차 화재 139건, 안전 대책은 허술


배터리 제조사 공개, 충전시설 안전 강화하길


잇따른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늑장 대응 속에 지방자치단체 등의 임시방편 수준의 미봉책만 이어지며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전기차 출입과 주차를 둘러싼 ‘전기차 님비’ 현상도 확산된다. 전기차 구매 기피로 관련 산업이 위축될 우려마저 나온다.

전기차 포비아를 키운 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이다. 리튬 배터리에 한번 불이 붙으면 1000도 이상 올라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며, 차량 72대가 전소하고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6일에도 충남 금산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며 불안감은 더 커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 대수는 50만 대를 넘어섰다.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기차 보급에 앞장선 결과다. 차량 보급이 늘며 화재 발생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 24건이던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72건으로 늘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총 139건의 전기차 화재 중 운행 중 발생한 화재는 68건이고, 주차(36건)와 충전(26건) 중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안전 대책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청라 화재 사건 이후 현대차가 13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지만, 관련 규정은 아직 없는 상태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과충전을 막을 장치도 갖추지 못한 곳이 상당수다. 지난 6월 기준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24만5435개)의 98.3%를 차지하는 완속충전기에 과충전을 막을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달려 있지 않았다.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시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시설 규정도 없다. 상당수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소방차의 진입이 불가능한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탓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어제 관련 부처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다. 다음 달 발표할 종합 대책에는 제조사 정보 공개와 충전시설 안전 강화, 과충전 방지 및 전기차 화재와 같은 특수 화재에 대응하는 소방 대책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커지는 전기차 포비아를 잠재우려면 관계 당국의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허술한 대책으로는 소비자 불안을 해소할 수 없고, 이는 전기차 시장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나 배터리 업체도 안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회도 전기차 안전 대책 강화를 위한 입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길 바란다. 안전에는 정부와 정치권, 민간의 구분이 없다. 빈틈없는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이 모두를 살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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