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두산 합병 논란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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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의 최대 피해 기업은 두산이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은 정부의 '말 바꾸기'로 신규 원전 건설 등 10조원의 수주가 백지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랬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 성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두산이 지난해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밥캣과 만년 적자기업인 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1대 0.63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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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의 최대 피해 기업은 두산이었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은 정부의 ‘말 바꾸기’로 신규 원전 건설 등 10조원의 수주가 백지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후 인력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연명했다.
그랬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 성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을 이겨낸 기쁨도 잠깐, 두산그룹은 지난달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자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합병비율이다. 두산이 지난해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밥캣과 만년 적자기업인 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1대 0.63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밥캣 1주의 가치가 로보틱스 0.63주에 불과하자 밥캣 주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밥캣 외국인 기관투자가인 션 브라운 테톤캐피털 이사는 “두 회사의 합병은 날강도 짓”이라며 “두산그룹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불공정한 합병”이라고 성토했다. 이 안대로라면 로보틱스 지분 68%를 가진 지주회사 ㈜두산은 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현행 13.8%에서 42%로 끌어올리게 된다.
두산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두산그룹 구조 개편과 관련한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지속해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번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 원장이 총대를 멨을 뿐 금융당국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부처 한 고위관계자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중심에는 대주주 이익에만 부합하는 기업 결정들이 있었다”면서 “이번 사안도 그와 연결지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상장사 간 합병 시 합병비율을 주가뿐 아니라 자산과 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일자 두산이 서둘러 지배구조 개편안을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두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 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력이 되지 않아 정리하지 못한 계열사 재편을 에너빌리티의 숨통이 트인 걸 계기로 한 것인데 마치 오너 일가만을 위한 시도로 오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두산의 청사진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에너빌리티지만 반도체처럼 원전기술 고도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밥캣을 떼어내면 1조원 이상 투자 여력이 생긴다. 지주회사인 ㈜두산의 손자회사로 묶여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여러 제약이 있던 밥캣 역시 덩치를 키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밥캣이 미국 존디어나 캐터필러 등 글로벌 경쟁상대와 대등하게 맞서기 위해선 현재 호실적에 안주해선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로보틱스도 밥캣과 합병 시 밥캣의 영업망과 브랜드 효과를 활용해 신사업을 확장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두산 수뇌부는 이처럼 3개 핵심 계열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단이 대주주 이익을 위한 꼼수로 비치는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하고 있다. 두산의 한 임원은 “지난 정부 때처럼 정책 변수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도였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두산그룹은 사과를 담은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뒤늦게 ‘진심’을 알리는 데 전력하고 있다. 아직 여론은 싸늘하고 합병 대상 기업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주주총회까지 남은 시간은 40여 일,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집단의 ‘투박한’ 생존 전략이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규 산업1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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